과학벨트 부지매입비 700억원이 추경안에 배정됐지만, 문제는 정부의 분명한 입장표명이다.
예산결산 심의위원회에서 예산 통과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정작 기획재정부와 정부의 협의나 동의가 없으면 예산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국회에서 부지매입비가 배정됐었지만, 기재부가 대전시의 일부 부담을 암묵적으로 포함하는 내용으로 예산편성을 요구하면서 예산 확보가 무산된 바 있다.
더욱이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가 분명한 입장도 과학벨트의 정상추진 의사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추경안 배정이후 통과까지 지자체를 비롯한 과학계, 정치권의 역량을 결집이 요구되고 있다.
대전시를 비롯한 과학계, 시민단체는 이번 추경에서 부지매입비가 배정된 부분에는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다소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기재부에서 예산 성립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기재부의 입장은 워낙 완강하고, 대전이 일정부분의 부지매입비를 부담하지 않으면 예산을 세우지 않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정부와 기재부가 동의하는 입장을 보이지 않은만큼 반대목소리가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계의 분위기도 다소 조심스럽다. 출연연 관계자는 “당장 기초과학연구원 등의 설립을 위해서는 부지매입을 위한 예산확보가 필수적이지만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예산편성과정에서도 고스란히 예산이 삭감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지난해와 같은 행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이하 대전참여연대)는 “박근혜 대통령은 과학벨트 부지매입비의 자치단체 분담 요구를 철회하라”고 직접적인 촉구 목소리를 냈다.
대전참여연대는 이날 과학벨트 부지매입비를 추경안에 배정한 것과 관련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일축한뒤 “국회 예결위 전체심위에서 있을 추경안 심의에서 기획재정부와 정부가 반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전참여연대는 “과학벨트 정상추진은 더는 논란거리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며 “애초의 목적대로 기초과학역량 강화를 통한 신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게 정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라”고 덧붙였다.
한편, 과학벨트 사업은 현재 실시 설계을 진행중이며 올해 하반기쯤 실시설계가 나오면 부지매입비가 확보되는 대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보상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권은남ㆍ김민영ㆍ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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