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수 대전둔원초등학교 교사 |
처음에 이런 행사가 생겼을 때에는 '바쁜 학년 초에 왜 이런 일을 만들어서 하는 걸까?'라는 푸념을 했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학급 운영에 꼭 필요한 아주 중요한 행사라는 걸 몸소 느끼고 있다. 1학년 담임을 맡은 올해에도 학부모들의 상담 신청은 쇄도했고, 필자는 기꺼이 학부모들과 상담을 시작했다.
학부모 상담주간 진행 과정을 소개하면, 맨 먼저 학교에서 상담 신청 안내장이 나간다. 상담 신청서에는 방문 상담, 전화 상담, 차후 상담 중 학부모들이 원하는 방식을 고르도록 되어 있다. 낮에 시간을 낼 수 없는 학부모들을 위해 밤 시간의 상담 신청도 받는다.
상담 신청서를 보고 담임교사는 상담 일정을 잡는다. 날짜와 시간에 맞춰 상담할 학부모 명단을 표로 정리해 다시 해당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전화 상담의 경우에도 상담 가능한 시간을 정해주어 상담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한다. 그리고 상담활동 시, 학부모들과의 상담 내용은 상담록에 기록해 학생 지도 자료로 활용토록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학부모와의 상담은 이루어진다.
필자는 1학년 담임이라 많은 학부모들과 상담해야 했다. 학부모들과 상담을 시작하면서 필자는 이렇게 말문을 연다.
“가 학교생활 잘 하고 있는지 너무 궁금하시죠? 우리 반 모두 아주 잘 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학년 초에 이루어지는 상담은 어머님께서 에 대해 저에게 필요한 내용 말씀해 주시고, 저에게 부탁하고 싶은 거나 요구사항, 의문사항들을 말씀해주시면 돼요.” 이렇게 학부모에게 이야깃거리를 제시해 주면 이런 저런 얘기들이 쏟아진다.
학부모들 이야기의 공통점은 부모가 제대로 키우지 못해서 내 아이가 학교에서 꾸중이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어울리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갑자기 슬퍼졌다.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한 걱정과 근심으로 가득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어느새 필자는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있었다.
필자가 세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은 학부모 상담 때 빛을 발한다. 먼저 아이를 학교에 보내 본 선배 엄마로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필자가 그들과 나눌 수 있는 교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깊다. 상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래포(Rapport) 형성이 이루어졌으니, 상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싶다.
세 아이의 엄마이면서 우리 반 30명 학생들의 담임교사인 필자는 학부모들과 상담을 통해 몇 가지 깨달은 게 있다. 첫째, 부모의 사랑으로 온전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건강하고 바르게 잘 자란다는 것이다. 둘째, 부모와 교사의 믿음이 아이의 학교생활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셋째, 지나친 부모의 간섭과 보호는 아이를 해친다는 것이다.
자식을 자랑거리로 만들려 하지 말고, 자신이 자랑거리가 되는 부모가 되게 하소서. 처음 아이를 가졌을 때, 처음 아이를 안았을 때의 감격을 떠올리게 하소서. 아이도 자기만의 생각과 감정을 가진 인격체임을 인정할 수 있게 하소서. 실수와 실패, 좌절과 고독이 우리를 성숙하게 했듯이 우리 아이에게도 귀한 경험이 될 것을 믿게 하소서. 아이에게도 스스로를 성숙하게 하고 스스로를 자라게 하는 내면의 힘이 있음을 믿게 하시고, 모든 것을 해주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게 하소서. 며칠 전 신문에서 본 '학부모 십계명'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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