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정치부 부국장 |
그의 좌우명은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한다.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뜻이다.
공자가 혼란스러운 춘추시대 국가경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정만이 아니라 개인 간에도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무신불립은 박 대통령이 중시하는 '신뢰와 원칙'과 다르지 않은 말이다.
최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을 두고 지역에서 논란이 뜨겁다. 시민과 사회단체, 야권은 부지매입비가 예산에 책정되지 않은 것을 놓고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초 제외됐던 것으로 알려진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700억을 추경에 편성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것이 과학벨트의 정상 추진을 위한 신호탄이어야 한다. 혹시 정부 예산만 내놓고 나머지는 대전시가 대라고 압박을 가해선 안 된다. 700억원의 추경이 편성된다 해도 정부의 분명한 의지가 있어야 된다.
국가사업인 과학벨트는 2007년 17대 대선 과정에서 나온 후보 간 경쟁의 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으나 정치구호성 사업이 아닌 이것에 무엇을 보태야 발전할 수 있는 가를 고민하고 있다”며 과학벨트 조성 사업을 충청권 대표 공약으로 내놓았다.
대덕특구와 세종시를 연계해 세계적 명품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 당시 이명박 후보의 과학벨트 공약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변화가 없을 것 같았던 정부 기조는 2010년 6월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후 완전히 바뀌었다.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후 대덕특구와 세종시를 연계하는 과학벨트 사업안이 최적이라고 입이 마르도록 말하던 이명박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은 입장을 뒤집어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사업'으로 치부했다. 이 사업은 18대 대선에서도 부각됐으나 박근혜 후보는 부지매입비에 대해 '선 국고지원'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국회 반대연설까지 하며 정치생명을 걸었던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과학벨트 사업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마무리짓지 못하고 차기 정부로 넘긴 '골치아픈 국가사업'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벨트 사업과 관련 몇가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들이 있다. 전 정부가 추진했지만 몇 년 간 논의를 거쳐 입지 선정까지 마친 국책사업이라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4일 충남도청 내포신청사 개청식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을 차질없이 추진해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거점을 구축하고, 창조과학을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을 만드는 일에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기내 사업을 완성하겠다는 얘기다. 최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코레일ㆍ과학벨트 등 여러가지 갈등 확대를 막아야 하는데, 정부가 너무 나서지 않고 조정이 되도록 지켜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지만 추진 의사는 거듭 밝힌 셈이다. 문제는 언제,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다.
대통령과 정부는 과학벨트에 대해 보다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인 창조경제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진한 '과학입국' 정책과 맞닿아 있다. 그 본산이 조성 40주년을 맞은 대덕특구(대덕연구단지) 아닌가? 과학벨트는 창조경제의 시너지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추진 동력이 될 수 있다.
과학벨트는 '정치적으로' 휘둘릴 사업이 아니다. 박 대통령의 조속한 결단과 추진이 요구되는 이유다. 박 대통령이 정치적인 이유로 충청권을 애먹이고 있다고 보진 않는다.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연고지인 영남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표를 준 곳이 충청권이다.
이제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인 박 대통령이 화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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