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무더위가 일찍 찾아올 것이란 전망에다가 지난해 수요가 몰리면서 미처 구매하지 못했던 소비자들이 서둘러 장만에 나섰기 때문이다. 또 올해는 가전업계가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준 것도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초부터 최근까지의 에어컨 예약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5~6배 가량 증가했다.
예약 판매로 구매하면 성수기(통상 6~8월을 지칭)와 비교해 가격 차이는 없지만 다양한 모델 중에서 선택해 원하는 시기에 설치할 수 있고, 고가의 사은품을 덤으로 받을 수 있다.
가전업체들은 에어컨 모델 변경 주기가 1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 3월이나 4월이면 에어컨 생산량을 미리 정하고, 추가 생산을 자제한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성수기에 구매할 경우 오히려 가격은 낮아지지만 사은품 혜택이 줄어든다.
정작 성수기에 돌입하면 가전업체들은 재고량을 줄이기 위해 가격 할인에 나서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성수기에 수요가 몰리면 원하는 모델을 사기 어려울 뿐더러 설치시기 조차 미뤄질 수 있다.
지난해는 무더위가 일찍 닥쳤지만 구매 수요가 몰리면서 설치하는데 1개월 이상 소요돼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허다했다. 장마 또한 예년보다 장기간 지속돼 설치 시기를 놓친 고객들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올해는 삼성과 LG 등 대형 가전업체가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하면서 예비 수요를 빨아 들였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윤달 영향으로 결혼을 미룬 예비신혼부부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혼수가전 구매 수요가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에어컨 교체 주기를 통상 10년으로 추산하는데 2002년 월드컵과 2004년 올림픽 당시 구매했던 소비자들이 신규 구매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갤러리아 타임월드는 1월부터 최근까지의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500% 이상 급증했으며, 롯데백화점 대전점도 4월 한달간 판매량이 전년 대비 180% 늘었다.
대형마트나 전자제품 전문판매장도 대부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2달간 790% 급증했으며, 롯데마트도 316%, 롯데하이마트는 170% 성장했다.
백화점 가전매장 관계자는 “에어컨은 모델 교체 주기가 1년이어서 생산업체마다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 3~4월에 생산 수량을 정한다”며 “올해는 여러 주변 여건이 맞물리면서 예약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