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채 한국병원 외과 부원장 |
항문주위는 구조상 엉덩이 살이 겹치고 옷을 껴입으므로 땀이 잘 차고 바람도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항문이나 항문 주변피부는 얼굴의 눈 주위 피부처럼 아주 얇고 예민한 부위다. 그래서 배변후 화장지로 힘을 주어 심하게 문질러 닦으면 많은 미세한 상처가 생겨 따가움을 느끼게 된다.
주요 증상은 가려움과 끈적거림, 속옷에 묻는 분비물 등이 있다. 가려움증은 밤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고, 오랜시간 앉아 있는 경우, 배변 후에 화장지로 닦았을 때, 항문이 땀이 차는 경우도 심해진다. 환자들은 심한 가려움으로 항문 주변과 외음부를 자꾸 긁기 때문에 이 부위가 국소적으로 부어 있거나 상처가 있으며, 소양증이 오래 지속된 환자들의 경우 편평태선처럼 피부가 두꺼워지고 피부주름이 깊어지며, 색소가 탈색되어 하얗게 변색되기도 한다.
항문소양증은 크게 특별한 병적상태로 인해 항문소양감이 발생하는 2차적 항문소양증과 특별한 원인이 될 만한 질환이 없이 항문소양감이 발생하는 특발성(1차적) 항문소양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2차적 항문소양증의 원인으로는 당뇨, 간질환, 만성설사(무른변과 설사변), 항문 피부 꼬리, 만성변비, 치열, 치루, 치핵, 직장 탈출증, 대장암 또는 항문암, 변실금, 항문 유두종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접촉성 피부염, 피부병(건선, 편평태선, 단순태선, 습진, 백반증), 피부 감염(요충 등의 기생충 감염, 캔디다 및 백선균, 사상균 등의 진균증, 매독이나 에이즈, 임질 등의 성병)등의 피부질환도 원인이 된다.
2차적 항문소양증은 원인이 되는 질환을 치료하면 항문 소양감도 같이 나아지기 때문에 특발성 항문소양증에 비해 쉽게 치료된다. 그러나 특발성 항문소양증인 경우 특정한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청결하게 하고자 비누로 너무 많이 닦아서 항문소양증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고, 항문소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음식물(커피, 알코올 등)을 과다 섭취해 항문소양증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고,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가려워서 항문 주변을 긁는 경우 항문주위의 피부가 너무 얇고 약해서 쉽게 상처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더욱 소양감이 증가돼 다시 긁는 행위가 유발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항문 질환치료를 위해 바르는 연고를 장기간 사용하면 오히려 항문소양감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비데로 과도하게 온수세정을 하거나 목욕할 때 항문 주변에 직접 비누칠을 하여 많이 닦는 것은 항문 피부를 자극해 소양감을 악화시키므로 좋지 않다. 치료를 하기 전에 먼저 감염, 피부병, 염증 등의 유발 질환이 있는지를 확인해야한다. 이러한 질환이 있다면 질환에 맞는 치료를 통해 소양감을 치료할 수 있다. 특정한 질환으로 인한 증상이 아니면 소양증 자체에 대한 치료를 시작해야한다.
여러가지 치료법도 좋지만 이보다는 항문소양증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옷은 헐렁하고 조이지 않는 것이 좋다. 남자의 경우 꼭 끼는 삼각팬티보다는 통이 넓은 면으로 만든 사각팬티가 좋으며, 여자의 경우 팬티스타킹은 피하는게 좋고, 꽉 끼는 청바지보다는 헐렁한 치마가 항문소양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땀이 적게 나도록 하기 위해 가볍고 시원한 옷을 입도록 하며, 운동 후에는 바로 샤워를 해서 땀을 씻어내는 것이 좋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의 경우 엉덩이가 통풍이 잘 되도록 대나무로 엮은 방석이나 구슬로 된 방석이 도움이 된다.
항문 주변을 항상 깨끗하고 건조하게 유지해야 한다. 특히 밤에 잘 때 가려움이 심해지는 사람은 자기 전 반드시 항문을 닦아야 한다. 비누나 거친 헝겊, 거친 화장지로 항문 주변을 문지르지 않도록 한다. 항문 피부 주름에 남아 있는 비눗기 자체가 소양증을 악화 시킬 수 있고, 거친 헝겁이나 거친 화장지로 문지르는 것 자체가 소양증을 악화시킨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