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완전범죄 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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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완전범죄 이야기(3)

[법률이야기]김형태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

  • 승인 2013-04-29 12:56
  • 신문게재 2013-04-30 20면
  • 김형태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김형태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
이 이야기는 시작에서 말한 것처럼 지중해의 햇빛만큼이나 강렬하고 그 깊이만큼이나 어두운 이야기이다.

톰이라는 평범한 한 청년-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부유한 친구 필립 밑에서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비굴하게 굽신거리며 살아간다. 이러한 비굴함 때문에 필립은 오히려 톰을 더 괴롭히는 것이다.

요사이 '왕따'와 무관하지 않은 현상이다. 바로 약자에 대한 인간의 잔인함, 그리고 그것의 결과로서 반항, 복수 그리고 자포자기 - 이것과 연결된 잔인한 살인과 자살, 실로 인간 본성에 내재한 어두움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약자에 대한 잔인한 괴롭힘이나 이에 대항하여 살인을 저지르거나 자살을 하는 것은 그 현상에 있어서 정반대로 보이지만 인간의 사악함이라는 동일한 본성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러한 인간의 사악함이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 문제는 맹자, 순자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야 하니 여기에서는 잠시 덮어두자.

하지만 사실 이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한 가지 분명한 뉘앙스는 '허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톰이 완전범죄에 이르렀다가 허무하게 끝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톰이 필립을 죽이고자 마음먹은 그때로부터 그 허무는 시작되는 것이다. 부자들에 대한 선망, 친구 약혼녀에 대한 기묘한 사랑, 톰에 대한 필립의 잔인한 괴롭힘 이러한 모든 것이 뒤섞여 톰 자신도 알 수 없는 잔인한 감정을 만들고 결국 살인에까지 이르는 그 모습에서 인간 존재의 허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 나오는 뫼르쏘가 햇빛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그 모습과 겹쳐진다. 사실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살인의 동기, 주인공의 삶의 자세도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닮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지중해 햇빛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실은 두 이야기 속의 뉘앙스가 바로 '허무'라는 사실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어쩔 수 없이 친구가 먹던 과자 부스러기나마 얻어먹지 않을 없는 자신의 처지에서 그가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한 부러움과 그의 약혼자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이끌림 - 이 잡을 수 없는 꿈들이 그로 하여금 행복을 꿈꾸게 하지만, 그러나 그에게 단지 이 모든 것이 일순 사라져 버리고 말 허무의 세계만이 주어졌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나마 이를 붙잡아 보려는 주인공의 그런 허무가 이 영화에 무거움과 어두움을 주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뫼르쏘는 그의 정신의 순수성으로 인하여 가치 있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철학적 허무에 바탕을 둔다. 우연히 그의 애인과 함께 간 해변가에 햇빛이 강렬하게 비추고 있었고 눈에 땀방울이 흘러내렸기 때문에 시야가 흐려졌고 그 순간 상대방의 칼이 햇빛에 반사되자 반사적으로 권총을 발사하였던 것이다. 톰은 현실에서는 잡을 수 없는 것, 즉 그 자체로서 허무인 그것을 억지로 잡으려했던 강렬한 욕망으로 인하여 살인을 하였고, 뫼르쏘는 현실을 떠나 신처럼 이 세상을 바라보고 그래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그 허무로 인하여 살인을 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 두 사람은 동기나 태도에 있어서 전혀 상반됨에도 불구하고 모두 허무라는 공통성으로 인하여 지중해의 햇빛처럼 그렇게 빛나는 것이리라.

그래서 그 둘은 모두 뫼르쏘의 마지막 대사처럼 완전한 허무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나에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사형집행을 받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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