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군 용화면 주민자치센터가 매주 토요일이면 시골 할머니들로 시끌벅적하다. 3월초 개강한 한글교실에 20여명의 비문해 노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백발 할머니들의 평균 나이는 70세에 가깝지만 다소곳이 앉아 '가나다라'를 외치고 저마다 얇은 공책위에 글자를 꾸욱 꾸욱 눌러 써 내려가며 배움의 열정을 쏟고 있다. <사진>
전복임(74·용강리) 할머니는 “어릴 때 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부친이 못 다니게 해 한글을 모른다”며 “늦게나마 배움의 길이 열린 만큼 열심히 해서 까막눈 한을 풀겠다”고 말했다.
최고령 김종임(80·용화리) 할머니를 비롯해 달력으로 공책을 만들어 연습해 오거나, 수업 때문에 품팔이를 포기하기도 하는 등 모든 학생들이 한번도 빠지지 않고 한글교실에 참여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교육이 진행되면서 기관·단체에서 노트, 연필, 지우개 등 학용품의 후원도 꾸준히 지원되고 있다.
박찬옥(47) 강사는 “어려운 시기에 태어나 배움에 한(恨)이 맺히신 분이 많다”며 “하지만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이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고 표정이 밝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용화면주민자치위원회는 앞으로 더 많은 비문해 노인들이 한글을 읽고 쓰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한글 교실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영동=이영복 기자 punglui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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