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구 큐레이터 |
교사(校舍) 한 공간을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곳으로 만든 것이다. 몇 해 전 이 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시는 선생님이 학교의 허락과 도움을 받아 문을 열었다. 규모는 전문 갤러리에 비해 크지 않지만, 시설이나 작품을 감상할 여건과 분위기는 여느 곳 못지 않다.
학교라는 여건상 연중 계속되지는 않지만, 이곳에서는 학생 뿐 아니라 전문 미술가들의 전시가 열린다. 그 가운데는 일반 갤러리나 미술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곳이기에 가능한 전시들도 있다. 대전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모아 대전미술을 소개하는 전시, 그리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전시가 그것이다.
'이것이 대전미술이다'라는 제목으로 두 차례 지속해온 전시는, 대전과 충청지역에서 자라나 미술을 공부하거나, 인연을 두고 활동하는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다. 이 전시가 그저 작품만을 가져다 보여주는 것에 그쳤다면, 전시장이 교내에 있어서 쉽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이상을 얻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그것만 해도 작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할 것이다. 학생들이 전시장을 찾는 기회는 수험생 신분이 되기 전인 1, 2학년 주말 현장실습 시간에 줄서서 휘리릭 전시장을 돌거나, 입장권을 방학숙제로 제출하러 가는 것 밖에는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전시에는 학생들이 작가를 작업실로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작가들은 진로를 걱정하고 있는 고등학생들의 선배이기도 하다. 그래서 거기에는 미술가가 되기로 결심을 하고 공부를 한 계기로부터, 그 과정과 어려웠던 일, 미술과 작품이 주는 의미, 인생관과 예술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등이 담겨 있다. 미술가와 학생으로서 뿐 아니라, 선배와 후배로서 서로에게 묻고 또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얼굴을 마주하고 나누는 것이다.
기성세대나 사회로부터 탐탁지 않게 여기는 미술을 선택해서 공부하고 그것을 직업으로 살아가는 미술가들을 만난다는 것은,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고등학생, 더구나 미술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학생들에게는 흔치 않은 몹시 귀중한 기회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전시다. 내가 본 것은 학생들이 작품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작가 작품의 소재가 되는 전시였다. 작가는 학생들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여 찍고 이목구비만을 사각형으로 확대하여 전시했다.
외모에 빠진 세태 속에 성형과 화장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성형도 화장기도 없는 풋풋한 소녀들의 얼굴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그리고 자연 그대로의 얼굴이 가진 아름다움과 가치, 의미를 되돌아보려는 의도다.
학생들은 전시된 자신과 친구들의 얼굴을 보면서 일상적인 시각과 관습을 벗어나 사물에 다가서는 새로운 방식을 만나고 또한 깨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아름다움이나 외모, 나아가 통상적인 가치와 보다 근본적인 그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학교에 만들어진 갤러리는 이렇게 교실에서는 불가능할 뜻 깊은 교육과 체험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될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의 학교라는 곳을 생각하면서, 학교와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깊은 감사와 응원을 전한다. 만족할만한 여건은 되지 못하겠지만, 그곳이 학생들에게 보다 깊고 넓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공간으로 자라기를 마음을 다하여 기원한다. 여러분도 한 번 찾아가보는 응원을…. 교문 바로 앞이라 찾기도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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