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대포'(허풍이나 거짓말의 뜻)로 불리는 불법 차명 물건이 일상화된 시대를 살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 가수의 팬심을 이용한 대포티켓이라는 신종 사기까지 등장했다. 대포차는 97만대에 이른다. 미지근한 단속과 민ㆍ형사상 처벌이 우습지 않고서야 이럴 수 없다.
이번 범행을 봐도 국내 유통되는 대포폰이 27만대, 대포통장이 6만개란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은밀함을 넘어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통장을 사고파는 불법행위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데도 속수무책 당하는 사례는 계속 늘어난다. 오갈 데 없는 노숙인을 유혹하더니 이제 신용불량자 등을 유인했다.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의 사전 방지, 사용 억제, 사후 제재 어느 쪽에서든 허점이 많은 틈을 노린 것이다.
여기에 너무 쉽게 유령법인이 설립돼 전화금융사기, 대출사기,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에게 판매됐다. 이렇게 대출사기, 보이스피싱 등 각종 금융사기 수단에 일정 기간 쓰고 다른 명의의 대포폰과 대포통장으로 쉽게 갈아탄다. 근절대책이 확대 시행된다더니 은행권, 비은행권 할 것 없이 여전히 사각지대다. 금융권도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취약한 보안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특히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위임장 하나로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버젓이 개설한 것은 허술한 법망과 구조적인 시스템 부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의로 팔았건 사기를 당했건 대포통장 주인도 주의해야 한다.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의 50~70%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실거래자는 물론 범죄 악용을 예견하고도 파는 명의 대여자 모두 엄벌이 필요하다.
현재 법무부가 서민생활 침해 범죄의 수단이 된 대포폰, 대포통장과 전쟁까지 선포한 마당이다. 불법 차명 물건들은 구입 단계부터 원천 차단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차명거래를 통한 탈ㆍ불법행위 근절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2011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보이스피싱에 대포통장 4만3200여개가 동원됐다. 당국은 도대체 뭐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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