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에 사는 엄 모(40)씨는 얼마 전 슬레이트(석면) 지붕으로 된 창고를 철거하려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노후 슬레이트를 철거할 경우 정부와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지원해 준다기에 금산군에 신청했다가 철거업체의 '배짱·바가지 영업'에 혀를 내둘렀다.
업체는 슬레이트 지붕 한 동을 철거하려면 민간 지원금 240만원 이외에 자부담금 300만원을 더 내야 한다고 했다.
자부담금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 엄씨는 다른 업체에 의뢰해 모두 160만원이면 철거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금산군과 환경관리공단에 민원을 제기했다.
결국, 환경관리공단 담당 직원이 나와 면적조사를 다시 해보니 철거업체에서 조사한 슬레이트 개수와 100장 차이가 있었고, 철거 비용으로 320만원(지원금 240만원 포함)이 나왔다.
엄씨는 내지 않아도 될 220만원가량을 추가로 부담할 뻔했던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
엄씨는 “석면 철거 사업을 왜 한 개 업체에 맡겨 독점영업을 하게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정부지원금 확대로 실질적인 혜택을 누려야 할 주민들이 피해 보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환경관리공단과 계약한 A 업체는 금산지역 슬레이트 건물 중 290여 동을 도맡아 사실상 독점 영업 중이다.
A 업체 관계자는 “철거 금액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서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면적조사를 다른 곳에 의뢰해 결과표를 가지고 해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 시책에 따라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슬레이트 철거 사업이 업체들의 무분별한 '배짱 영업'으로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독점 영업에 따른 문제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관계기관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5일 도와 환경관리공단에 따르면 도는 올해 농어촌 노후 슬레이트 철거사업 예산으로 31억원을 책정했다. 도내 전체 철거 물량은 1288동이다.
특히 민간 지원금도 가구당 120만~20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도와 시·군은 환경관리공단에 위탁, 슬레이트 철거사업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환경관리공단과 계약한 업체에서 시·군의 철거 물량을 전담하다 보니 독점 영업에 따른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환경관리공단에서 현장 실태조사를 나가야 하지만, 부족한 인력 때문에 난감해하고 있다.
환경관리공단 관계자는 “업체들의 부정 영업행위를 막기 위해 10곳 중 2곳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권역별로 1명씩 맡다보니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도 역시 아직 실태점검조차 못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환경관리공단에 위탁해서 석면 철거사업을 하고 있다”면서 “5, 6월 중에 점검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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