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와 금융권 대출이 불가능한 사람에게 대출을 해줄 것처럼 속여 건네받은 개인정보로 대포통장과 폰을 개설, 수십억 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25일 충남지방경찰청 광수대 관계자가 압수한 물품을 공개하고 있다.
손인중 기자 dlswnd98@ |
유령법인을 설립해 대포통장, 대포폰을 만들어 범죄조직에 공급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5일 대포통장을 개설해 유통한 혐의로 박모(33)씨 등 14명을 구속했다. 이모(27)씨 등 37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논산, 경기 시흥, 서울 구로 등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2011년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대포통장 3800여개, 대포폰 360여개를 판매해 26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다.
이들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개인 명의를 입수했다.
우선 인터넷광고, 대출문자를 미끼로 신용불량자 등을 속여 개인정보와 인감을 건네받았다. 이후 대출은 이뤄지지 않았고 연락도 끊었다. 대출을 미끼로 명의를 건넨 피해자만 140명에 달한다.
또 다른 방법은 돈을 주고 직접 개인 명의를 구매했다.
평소 알고 지낸 선·후배를 통해 주민번호와 인감증명서 10매당 50만원에 모두 180명의 명의를 구매하기도 했다. 이같이 취득한 주민등록번호와 인감증명서를 이용해 법원등기소, 세무서에 사업자를 등록했다.
법인신고, 대포통장 개설할 때는 철저하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 아르바이트생을 직원으로 가장, 은행이나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개설했다. 본인들은 신분을 위장하고자 '김실장, 최실장' 등 허위 직책을 사용했다.
이들이 명의를 도용해 세운 유령법인만 320여곳이다. 이어서 유령법인을 통해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개설했다. 개인 명의 한 사람당 유령법인은 2~3곳을 세웠다. 한 사람당 10~18개까지 대포통장을 개설했고 휴대전화는 1인당 3~4개까지 개통했다. 이같이 만든 대포통장은 60만~100만원, 대포폰은 40만원 정도에 유통됐다.
대출 사기, 전화금융사기, 불법도박 등 각종 범죄조직에서 대포통장 등을 구입했다. 사례로 노모(37)씨는 대포통장, 대포폰을 구입해 스포츠 토토 모집 불법광고에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적발된 유령법인은 폐업조치했고 대포통장 500여개는 지급정지를 통보했다. 또 이들이 제작한 대포폰 등을 구입한 구매자들을 추적 중이다.
양철민 충남청 광역수사대장은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서민들의 명의가 사기범죄에 이용돼 대포통장의 명의자로 이중 고통을 받고 있다”며 “법인설립, 통장개설 시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성수 기자 joseong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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