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과 싸이에게는 비교 되지 않는, 아니 비교하고 싶지 않은 나무밴드의 첫 음반 '세상의 모든 블루스'에는 모두 14곡이 담겨있다. 이 음반에는 절망과 슬픔을 간직한 이들의 다양한 사연이 담겨있다.
“날 길러주신, 날 먹여주신, 날 때려주신, 날 사랑하신, 쭈글쭈글 기운빠진 내 아버지.”(노래 '아버지' 가사 중에)
“공부 못해 죽고, 취직 못해 죽고, 날마다 날마다 죽음이다. 시도 때도 없이 죽음이다. 세상은 온통 공동묘지.” (노래 '날마다 날마다' 가사 중에)
노랫말에서 보듯 나무밴드의 음악은 비주류 사람들을 향하고 있으며, 음악적 모티브는 블루스의 정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블루스가 미국에 끌려간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이 자신의 처지를 노래하며 시작된 음악이라는 점을 안다면 그들의 음악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나무밴드 멤버 가운데 한 명이 대전에서 20년 넘게 활동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밴드의 리더 김유신은 1980년대 후반부터 지역에서 문화운동을 해온 음악인이다. 김유신은 충남문화운동연합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1996년 '느티나무'라는 음악그룹을 만들었고, 10여년 전부터 '나무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유신은 10여년 전부터 이번 음반 작업을 해왔다. 준비하다가 무너지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다가 마침내 48세의 나이에 첫 음반을 낸 것이다. 음악인이 첫 앨범을 내고 시인이 첫 시집을 낼 때의 느낌은 당사자만이 알 수 있다.
특히, 여럿이 함께 작업을 해야 하는 밴드 활동은 팀원 간 끈끈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
나무밴드 역시 보컬과 반주자가 여러 번 바뀌었으나 김유신 단 한사람 만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음반에서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보컬 백금렬, 김정림, 호랑, 베이스 최은진 드럼 조상훈 그리고 기타에 나무라는 이름이 적혀있을 뿐이다. 그가 이름 대신에 나무라고 표기한 것은 밴드를 이끌어 온 사람이 자신이지만, 나무라는 이름 아래 모인 음악인들을 존중하는 의미이자 스스로 나무가 되고 싶은 마음의 반영이 아닐까 싶다.
조용필의 음반 2만장이 하루에 다 팔렸고 싸이의 뮤직비디오 조회 숫자가 2억 명을 넘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나무밴드의 음반이 몇 장이나 팔렸는지 궁금했다.
필자는 요즘 출퇴근길 차안에서 조용필의 신곡과 싸이의 젠틀맨이 담긴 음원파일 그리고 나무밴드의 CD를 듣는다.
조용필은 직접 곡을 만들지 않았지만 자신의 노래로 소화했고, 나무밴드의 김유신은 모든 곡을 자신이 만들었지만 다른 보컬의 힘을 빌려 블루스를 지향하는 자신의 음악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나무밴드는 지난 20일 대전의 한 카페에서 음반발매 콘서트를 가졌다. 그곳에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만큼의 관객이 모였다. 오는 6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된 조용필의 공연에는 수많은 관객이 몰려들 것이다. 작은 카페와 수만 명이 들어가는 공연장은 차이가 있겠지만 무대에 서는 음악인들의 마음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조용필과 싸이, 나무밴드가 공존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문화의 종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나무밴드의 멜로디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유명한 조용필과 유명하지 않은 김유신 모두 심장이 항상 “바운스, 바운스”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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