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내 140여 초등학교 가운데 상담교사가 단 7곳만 배치된 것도 그 실례다. 학교폭력 빈발 원인의 하나가 가해자 처벌 부족과 상담활동 부재에도 있다는 인식이 부족한 듯하다. 일반교사 상담으로 대체하는 정도로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최근의 초등생 범죄 실태는 실로 나열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청주에서는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술 취한 어른을 폭행했다. 락스로 머리를 감기는 가혹행위를 서슴지 않고,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하기도 한다. 게임 규제에 항의해 정부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한 것도 초등학생 소행이었다. 안일한 조치가 범죄를 양산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형사상 미성년자, 촉법소년으로 분류해 초등생 범죄가 어정쩡하게 다뤄지는 측면이 있는 만큼 전문상담의 역할은 중요하다. 초등생이 포함된 14세 미만 중범죄만 한 해 120건을 넘기고 있다. 동일 연령대의 청소년을 성폭행하는 범죄는 10년 사이 무려 10배 이상 늘었다. 전문상담교사 부재는 예산 부족 등 여건을 감안해도 나태한 대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방치하면 뒷날 잔혹무도한 성인범죄로 이어진다는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아쉽다. 학교 현장이 '가해자와 피해자, 침묵하는 자'만이 있는 소설 속처럼 변해서는 안 된다. 유관기관 종사자의 명예교사 위촉은 그저 보조적인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범죄 대처 외에도 일상적 상담, 집단 상담 등 프로그램 운영에는 꼭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언제까지 초등생 범죄를 법적 사각지대에 둘 수 없다. 상담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초등생 피해자들은 폭행 이유를 대부분 '특별한 이유 없이'라고 답한다. 초등생 범죄는 한창 자랄 무렵의 치기어린 장난이 아니다. 사회적·윤리적 주관이 미성숙한 초등생 시절은 가치관과 성숙의 기초를 형성하는 시기다. 초등학교 상담교사 배치도 최소한 중·고교 수준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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