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인호 대전동구의회 전반기의장 |
사실 대전도 시립종합병원의 필요성을 일찍이 간파했었다. 이미 대전시가 17년전인 1996년에 가오지구에 시립병원 설립을 계획해 부지를 획정해놓은 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지속적인 추진의지가 부족했다. 그로부터 10년간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바뀌면서 시립병원 부지는 여지없이 훼손된채 그 자리에 동구청이 떡하니 들어앉아 버린 것이다. 가오택지개발이 착수되면서 입주민들은 시립병원이 들어설 것으로 알고 분양을 받았다. 행정의 일관성은 물론이고,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의식박약으로 지방의료원 부지를 훼손했으니 혀를 찰 노릇이다. 우선 배고프다 해서 씨암탉을 잡아먹은 꼴이다. 물론 행정기관간에는 당시 시립병원 대체부지를 마련할 것을 조건부로 내세웠지만 이 마저도 흐지부지되었다.
마침내는 동구의 주민들이 나섰다. 행정기관이 만든 부지를 행정기관이 훼손하였으니 이제 주민들이 나설 수밖에! 지방자치훈련소격인 새울아카데미를 통해 주민자치의식이 한껏 고양된 용운동 주민들은 수차례의 연찬을 거쳐 인근의 예비군훈련장과 선량마을을 대체부지로 추천했고, 그야말로 오랜 우여곡절끝에 대전시와 동구가 이를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이 한편의 드라마가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대전의료원은 또 하나의 주민자치가 낳은 산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렇듯 산고를 겪고 있는 마당에 진주의료원 사태가 발생했으니 또한 사달이 아닐수 없다. 곰곰이 따져보면, 사달이 아니라 계제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들이라 본다.
첫째, 대전의료원을 만들면 전국의 대부분 지방의료원들이 그렇듯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공공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입장차에서 기인한다. 우선 건강불평등을 극복하는데 있어서 공공의료분야의 보편적 복지가 갈수록 요청된다는 점과, 특히 취약계층을 위해 이를 수행할 2차 진료기관으로서 공공의료원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보건소에 대해 적자를 말하지 않듯이 지방의료원에도 적자를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지난해 대전의 보건소들은 엄청난 적자를 냈다. 줄잡아서 동구 61억원, 중구 93억원, 서구 138억원, 유성구 122억원, 대덕구가 68억원의 적자를 냈으니, 수익성으로 보면 모두 폐쇄조치감이다.
그러나 어느 누가 보건소를 폐쇄하라고 말하는가? 상업성이 아닌 공공성에 입각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료원도 마찬가지다. 다만 보건소는 '지역보건법' 제2조에서 국가가 보건소의 설치·운영에 재정지원을 의무화했는데 반해, 지방의료원은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7조에서 보조금의 지원을 임의조항으로 달고 있다는 점이 큰 차이다. 그래서 보건소는 적자가 발생해도 재정이 지원되므로 표가 나지 않는다.
둘째, 공공의료체계는 국가간접자본임을 직시해야 한다. 국가의 기간산업을 민간기업으로 이양할수 없듯이, 지방의료원을 비롯한 공공의료체계는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관장할 안전망이다. 따라서 자본주의를 앞세워 진료와 건강보장권을 민간의료기관과 흥정해서는 안된다. 또한 빈곤층에서 사망률이 높고, 빈곤할수록 의료비 부담이 큰 것을 국가가 지자체에 떠넘겨서도 안된다.
셋째, 대전의료원이 대전시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보건의료복지서비스의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할 것이다. 진주의료원처럼 한때 존폐의 기로에 섰던 파주의료원은 김현승 원장을 비롯한 의사들과 노조의 상생노력으로 최상의 지역거점병원으로 부활한 좋은 사례다. 그들은 환자를 진료하고 보호하는데 뜻을 같이 하면서, 급여나 근로시간 등에서 서로를 배려하면서 끈끈한 유대와 화합으로 난국을 극복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전의료원은 공공보건의료기관답게 좋은 의료질과 낮은 진료수가로 취약계층의 혜민서가 되어야 한다. 보건소가 주민들에게 신망을 얻는 식으로, 보건소의 종합병원으로 확대된 모습으로 운영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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