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업을 실시하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지자체를 상대로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대형 유통업체의 납품 및 중소 협력업체들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기 때문이다.
의무휴업 실시에 따른 각자의 상황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갈등 구도로 재확산되고 있다.
23일 '유통악법 철폐를 위한 농어민ㆍ중소기업ㆍ영세임대상인 생존대책투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에 대형마트 등의 영업규제를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영업 규제에 따른 매출이 급감해 중소업체와 농어민들의 납품 길이 막혀 생존을 위협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생존대책투쟁위원회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농어민, 중소 협력업체들과 영세 임대상인들은 영업 규제로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며 “유통법은 고용과 소비를 동반 감소시켜 유통산업을 망칠 수 있는 만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 유통업체가 회원사로 있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역시 유통법 개정안의 헌법소원 제출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전에서 영업 중인 5개 대형 유통업체는 지난 5일 유성구청장과 대덕구청장을 상대로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대전시는 지난 2월 10일부터 대전지역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해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문을 닫고, 매월 둘째와 넷째 일요일에 의무휴업하는 조례를 재개정, 시행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대형 유통업체들은 조례에 위법성이 있는지, 절차상 하자는 없는지 법리적 확인을 받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의무휴업 실시로 고객 및 매출 증가 등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전통시장 상인들도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오락가락을 반복한 의무휴업의 조속한 정착은 커녕 본격 시행을 앞두고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한다는 이유에서다.
대전지역 전통시장 한 관계자는 “각자의 처한 입장이 생계유지를 넘어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인 만큼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아쉽다”고 전했다.
한편, 유통법 개정안은 대형마트와 SSM은 매달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 중 2회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하고, 해당 유통업체 및 관련 이해 당사자들이 서로 합의할 경우 휴업일을 평일로 바꿀 수 있으며 24일부터 발효된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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