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성]이효정 원장의 갈지자걸음 관전평

  • 오피니언
  • 데스크시각

[박기성]이효정 원장의 갈지자걸음 관전평

[중도시평]박기성 논설위원

  • 승인 2013-04-23 13:39
  • 신문게재 2013-04-24 20면
  • 박기성 논설위원박기성 논설위원
▲ 박기성 논설위원
▲ 박기성 논설위원
지난해 12월 8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는 낯선 행사가 펼쳐졌다. 지역의 한 방송채널 TV로 중계된 이 행사는 다름 아닌 드라마페스티벌인 '케이 드라마 스타 어워즈' 시상식이었다. 그날의 시상식은 필자의 머릿속에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감동적이었다'거나 '화려했다'는 이유 때문이 아닌, '낯설다'는 느낌 때문이다. TV를 시청하는 동안 줄곧 '드라마 시상식이 왜 대전에서 열릴까?' 하는 의문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매년 연말이면 각 방송사들이 펼치는 연기자상 시상식 등 기존에 보아왔던 것과는 다르게 스타급 연기자가 불과 몇 명밖에 참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진행조차 어설펐다.

요즈음 이 행사를 유치한 장본인인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이효정 원장이 언론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취임 초기부터 그는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왔으며 최근에는 드라마 겹치기 출연 논란에까지 휩싸였다. 지난해에는 이 원장이 드라마 출연 시 1주일에 4일 근무하는 것으로 그의 계약이 변경됐다고 한다. 한마디로 기가 찰 노릇이다. 이쯤 되면 인사권자인 염홍철 시장에게 한번 묻고 싶다. '이효정 원장을 대전의 문화산업을 살릴 한국판 스티브 잡스 쯤으로 생각하는가' 말이다. 아니면 둘 사이에 끊을 수 없는 어떤 이해관계라도 얽혀있단 말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같은 얼토당토않은 계약을 맺을 수 있나 정말 궁금하기 짝이 없다.

사실 문화행사는 대부분 주말과 휴일에 열린다. 그런데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 4일 근무하고 금, 토, 일 3일은 드라마 촬영 때문에 대전을 떠나있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그가 대전에서 주말과 휴일에 펼쳐지는 문화행사에 얼마나 참석할 수 있으며 또한 그 체험을 통한 창의적 발상을 이어갈 수 있겠는가. 더 나아가 대전문화산업진흥원과 대전의 문화산업에 얼마나 가교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게다가 이 원장은 지역과는 어울리지 않는 드라마페스티벌 개최에 이어 특정 종합편성채널에 사전지원금 1억5000만원을 부당 지원해가며 염 시장을 카메오로 깜짝 출연시켰다. 그는 '대전시 영상산업 발전과 인프라 구축' 운운하고 있으나 그 같은 처신이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의 역할인 지 곱씹어볼 일이다.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이 개원한 것은 2007년이다. 그 이전에도 영상산업의 발전을 위해 대전시는 지난 2월 작고한 박철수 감독을 영입해 영화 인력 양성에 힘을 기울였다. 박 감독은 2000년대 초반에 3D학회를 만들자고 대전시에 제안한 장본인이다. 영화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을 3D학회장으로 영입하고 대전시가 3D영화에도 투자하라고 요구했던 인물이 바로 박철수 감독이다. 그러나 당시 대전시는 그의 제안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상상해보라. 결과론이지만 캐머런 감독과 3D학회 및 3D영화에 투자했다면 지금 대전의 3D영상산업이 어떠했겠는지. 결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왜냐하면 대덕연구개발특구에는 3D그래픽 전문가가 수십 명 몰려있기 때문이다. 3D영상산업이 꽃필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 국내에서 가장 잘 갖춰진 곳이란 이야기다.

1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났건만 대전시는 영화산업에서 여전히 아무것도 보여줄 것이 없다. 대전문화산업진흥원 건물 내에 있는 '대전영상특수효과타운'은 로프액션 장면은 물론 화재 및 소화 장면 등 특수 액션장면 촬영이 가능한 장소다. 그러나 이곳에서 액션장면 촬영은 전무한 상태다. 기껏해야 안방 드라마 촬영이 고작이다. 혹자는 지난해 개최된 드라마페스티벌에 대해 “3D기술 등 영화와 과학의 접목에 문외한인 이효정 원장이 자신의 전공인 드라마 분야에서 만든, 실적 쌓기 1회용 행사를 가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최근에 일부 사회단체가 이 원장의 처신에 제동을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이 드라마 카메오로 출연하는데 다리역할이나 하고 대전과 전혀 관계없는 드라마페스티벌을 만들어 시장이 탤런트들과 안면이나 트게 만드는 것, 그것이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의 역할은 분명 아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뛰어난 3D그래픽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3D기술과 콘텐츠의 결합을 모색하는 한편 개점휴업 중인 '대전영상특수효과타운' 등 기존 시설물의 활용방안 모색 등등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그것이 곧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이 추구해야 될 창조경제의 시작이란 점에서 이효정 원장의 바른 행보를 다시 한 번 기대해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