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성 논설위원 |
요즈음 이 행사를 유치한 장본인인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이효정 원장이 언론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취임 초기부터 그는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왔으며 최근에는 드라마 겹치기 출연 논란에까지 휩싸였다. 지난해에는 이 원장이 드라마 출연 시 1주일에 4일 근무하는 것으로 그의 계약이 변경됐다고 한다. 한마디로 기가 찰 노릇이다. 이쯤 되면 인사권자인 염홍철 시장에게 한번 묻고 싶다. '이효정 원장을 대전의 문화산업을 살릴 한국판 스티브 잡스 쯤으로 생각하는가' 말이다. 아니면 둘 사이에 끊을 수 없는 어떤 이해관계라도 얽혀있단 말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같은 얼토당토않은 계약을 맺을 수 있나 정말 궁금하기 짝이 없다.
사실 문화행사는 대부분 주말과 휴일에 열린다. 그런데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 4일 근무하고 금, 토, 일 3일은 드라마 촬영 때문에 대전을 떠나있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그가 대전에서 주말과 휴일에 펼쳐지는 문화행사에 얼마나 참석할 수 있으며 또한 그 체험을 통한 창의적 발상을 이어갈 수 있겠는가. 더 나아가 대전문화산업진흥원과 대전의 문화산업에 얼마나 가교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게다가 이 원장은 지역과는 어울리지 않는 드라마페스티벌 개최에 이어 특정 종합편성채널에 사전지원금 1억5000만원을 부당 지원해가며 염 시장을 카메오로 깜짝 출연시켰다. 그는 '대전시 영상산업 발전과 인프라 구축' 운운하고 있으나 그 같은 처신이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의 역할인 지 곱씹어볼 일이다.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이 개원한 것은 2007년이다. 그 이전에도 영상산업의 발전을 위해 대전시는 지난 2월 작고한 박철수 감독을 영입해 영화 인력 양성에 힘을 기울였다. 박 감독은 2000년대 초반에 3D학회를 만들자고 대전시에 제안한 장본인이다. 영화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을 3D학회장으로 영입하고 대전시가 3D영화에도 투자하라고 요구했던 인물이 바로 박철수 감독이다. 그러나 당시 대전시는 그의 제안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상상해보라. 결과론이지만 캐머런 감독과 3D학회 및 3D영화에 투자했다면 지금 대전의 3D영상산업이 어떠했겠는지. 결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왜냐하면 대덕연구개발특구에는 3D그래픽 전문가가 수십 명 몰려있기 때문이다. 3D영상산업이 꽃필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 국내에서 가장 잘 갖춰진 곳이란 이야기다.
1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났건만 대전시는 영화산업에서 여전히 아무것도 보여줄 것이 없다. 대전문화산업진흥원 건물 내에 있는 '대전영상특수효과타운'은 로프액션 장면은 물론 화재 및 소화 장면 등 특수 액션장면 촬영이 가능한 장소다. 그러나 이곳에서 액션장면 촬영은 전무한 상태다. 기껏해야 안방 드라마 촬영이 고작이다. 혹자는 지난해 개최된 드라마페스티벌에 대해 “3D기술 등 영화와 과학의 접목에 문외한인 이효정 원장이 자신의 전공인 드라마 분야에서 만든, 실적 쌓기 1회용 행사를 가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최근에 일부 사회단체가 이 원장의 처신에 제동을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이 드라마 카메오로 출연하는데 다리역할이나 하고 대전과 전혀 관계없는 드라마페스티벌을 만들어 시장이 탤런트들과 안면이나 트게 만드는 것, 그것이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의 역할은 분명 아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뛰어난 3D그래픽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3D기술과 콘텐츠의 결합을 모색하는 한편 개점휴업 중인 '대전영상특수효과타운' 등 기존 시설물의 활용방안 모색 등등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그것이 곧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이 추구해야 될 창조경제의 시작이란 점에서 이효정 원장의 바른 행보를 다시 한 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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