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떠나고 8세대 남아
주민 “도로라도 있으면…”
<속보>=도시개발사업 시행계획이 취소된 동구 대성지구가 도심속 슬럼화 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본보 22일자 2면 보도>
지난 20년간 도로 등 기반시설에 재투자는 없고 도시개발도 진척이 없어 말 그대로 녹슨 공장과 폐가만 남아 있다.
이번에 시행계획이 취소되고 대성지구 전체가 자연녹지로 환원되면서 앞으로 이 지역을 어떻게 할지 난감한 상태다.
22일 찾은 대성지구는 대전역에서 가오동 방향으로 10분 거리 도심 속에 있다.
가오지구의 반듯한 4차선 도로는 은어송초교를 지나며 2차선으로 좁아지면서 대성 삼거리까지 정체가 이어졌다.
도로 왼쪽(금산방향)의 아파트단지와 달리 오른쪽 대성지구는 석면슬레이트 지붕이 그대로 보이며 군데군데 녹슨 폐공장이 심심찮게 보였다.
대성지구 안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차가 들어갈 수 있는 도로는 대전천 제방길이 유일하고 7만5000㎡의 넓은 부지에 포장되지 않은 흙길과 쓰러져가는 빈집과 공장터만 휑뎅그렁하게 남아 있었다.
교회를 짓던 공사장은 3년 전부터 공사가 중단돼 깊은 웅덩이가 만들어졌고 덤불속에 폐타이어 등 각종 폐기물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다.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은 한 때 100여세대에 달했지만 다 떠나고 지금은 8세대만 남아있다.
이는 대성지구가 난개발을 예방하기 위해 1993년 토지구획정리사업지구로 지정되고 민간 도시개발이 추진되면서 도로와 공원 등의 기반시설은 전혀 재투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성지구에 공동주택과 함께 공원ㆍ도로를 만들겠다는 민간 도시개발사업은 고비마다 허물어졌고, 이번에 또다시 실시계획 인가가 취소되면서 자연녹지로 되돌아갔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십수 년 반복한 도시개발 계획수립과 취소에 지쳐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길 건너 가오지구보다 우리 대성지구가 먼저 개발된다고도 했었는데 지금은 주민도 떠나고 공장 폐부지만 남아 있다”며 한숨지었다.
또 다른 주민 박모씨는 “개발은 미루더라도 계속 거주할 수 있게 도로라도 만들어줬으면 좋겠지만,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지자체가 예산을 투자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듣고 있다”며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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