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에는 대기업인 가맹본부와 소상공인인 가맹점주간 불합리한 계약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갑'인 가맹본부와 '을'인 가맹점주간 '을사늑약'에 버금가는 불합리한 계약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갑을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 곳곳에서 나타난다. 사회 뿐 아니라 삶 자체가 갑을관계의 연속인 셈이다.
갑을관계가 두드러진 곳으로 건설분야를 꼽을 수 있다. 공사 발주에서부터 발주자와 도급자간에 발생하는 각종 문제가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 갑을관계가 형성된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납품업자들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담당자의 눈에 거슬리면 이래저래 트집을 잡아 납품을 어렵게 만들거나 아예 납품 길이 차단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뒷돈이 오가고 부정과 비리로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뿐만 아니다. 각급 기관이나 홍보담당자, 기자 사이에도 갑을관계가 나타난다. 기관이나 홍보담당자들은 평소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불리한 기사를 최대한 줄이려 하기 때문이다.
언론사에도 갑이 존재한다. 바로 광고주다. 영향력 있는 광고주의 한마디에 기사가 빠지는 것은 물론 아예 논조가 바뀌는 때도 있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선거 때에는 표를 얻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절까지 마다치 않는 ‘을’이지만 막상 당선된 이후에는 ‘갑’으로 전세가 역전된다.
이밖에 대기업이 부당하게 납품 단가를 인하하거나, 중소기업이 힘들게 개발한 기술을 탈취하거나, 중소기업 영역을 무분별하게 침해하는 횡포 등 눈만 돌리면 갑을관계를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동반성장이 강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출범과 동시에 경제민주화, 갑을관계에 따른 사회부조리 해소 등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된 불합리를 근절시키기 위해 강력한 주문을 하고 있다.
대기업에 눌려 하소연조차 못하거나, 정책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의 애환을 해소하기 위한 ‘손톱밑 가시’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이는 지속성이 중요하고, 법이나 제도보다는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사회문화가 바뀌는 소통도 반드시 필요하다.
초협력의 시대임을 명심하고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상대 심정을 고려한 동반자적 공존 관계가 정립되면 갑을관계란 말은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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