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송도 포기하는 유류 피해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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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소송도 포기하는 유류 피해주민

  • 승인 2013-04-18 18:28
  • 신문게재 2013-04-19 21면
서해안 유류사고 피해주민들이 민사소송을 포기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8만7000명 중 1만6000여명(18.3%)이 벌써 소를 취하했다. 표면적으로는 고령 사망자 발생과 소송가액(인지대) 등 비용 부담에 기인한다. 이는 단순히 소송 규모가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배·보상을 제대로 받게 될 날만을 기다리는 피해주민들의 암담한 심정을 헤아려봐야 한다.

서해안 유류사고는 태안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예인선이 정박 중인 홍콩 유조선을 들이받아 일어난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다. 가해자가 분명한 만큼 피해 보상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피해 보상은 사고 발생 5년을 넘기도록 겉돌고 있다.

소송 취하는 주민들이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얼마나 지쳐 있으며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현상이다. 법원은 소송을 최대한 신속히 진행시켜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앞장서 주민들의 뿌리 뽑힌 삶도 복원해야 한다.

태안 주민의 삶은 안쓰럽게 여위었다. 관광객은 5년 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수산물 위판실적은 반토막이 났다. 바다를 잃은 주민들에게 찾아오는 건 질병이요, 느는 건 한숨과 빚이다. 해안선 인근 주민들은 호흡기 질환, 알레르기 질환, 우울증에 시달린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되살리고 주민들이 아픔을 딛고 일어서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난 2월 충남도는 서해안 살리기 대책을 내놓았다. 휴양 관광지 회복, 수산업 기반 구축 및 어민 편익 제공 등이 골자다. 예산은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에서 배정된다. 광특예산은 지역 도로나 문화회관 짓는데 쓰도록 돼 있는 돈이다. 정부가 추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광특예산이나 동원한다면 사실상 지원하는 의미가 없다. 서해안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을 충남도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손해액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보상기금이나 법원의 보상기준이 나오면 보상을 먼저 하겠다는 약속도 서둘러 이행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무성의는 가뜩이나 막막한 주민들을 더 힘겹게 했다. 박근혜 정부는 반면교사로 삼아 '태안의 눈물'을 닦아주기 바란다. 소송 취하는 피해 주민들이 지칠 대로 지쳐 있다는 증거임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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