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핵심 사업인 과학벨트의 입지선정을 어느 순간 자치단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 사업으로 바꿨다. 순식간에 자치단체 간에 유치경쟁이 과열되었으며, 결국 나눠먹기 식으로 변질되는 결과로 끝났다.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등의 입지는 거점지구인 대전시로, 나머지 기능지구는 대구와 광주 등으로 나뉘었다.
이에 과학벨트 조성을 통해 국내 기초과학연구 백년지대계로, 국가의 신성장동력으로 만들려 했던 애초의 기대효과는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과학벨트 조성사업이 변질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지방에 대한 눈치보기와 특정 지역 밀어주기 탓이다. 문제는 과학벨트 부지선정 이후에도 논란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산 넘어 산'이란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입지 선정까지 마쳤지만, 이후의 논란은 정부가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일부를 대전시에 전가하면서 일어났다. 그동안 국책사업에서 부지매입비용 일부를 자치단체에 전가하는 사례는 없었다. 이명박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 과학벨트 부지매입예산을 산정하지도 않았다. 결국, 대전시에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일부를 부담하라는 압력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당시 과학벨트 부지매입비를 대전시가 일부 부담하라는 이명박 정부 공식적인 입장에 지역 민심은 폭발 직전이었다.
상황을 타개하고자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과학벨트의 성공적인 건설을 위한 '선 국고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마저도 대통령에 취임 두 달도 안 된 지난 15일.
그녀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과학벨트 등 여러 갈등 확대를 막아야 하는데, 정부가 너무 나서지 말고 조정이 되도록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약속했던 '선 국고지원'을 포기하고 과학벨트 조성을 내버려두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뿐만 아니다. 같은 날, 이상목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이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조성 부지매입비와 관련, 대전시에서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말하며 우려와 반발을 키웠다.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발언은 과거 이명박 정부 때 예산편성에서 제외하며 수차례에 걸쳐 언급한 과학벨트 부지매입비의 자치단체 분담 요구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이 차관은 과학벨트를 대구 및 광주에 조성되는 과학관과 비교하며 매칭펀드 방식을 언급, “자치단체가 욕심을 내서 하는 사업인 만큼 노력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에 과학벨트를 유치하고자 대전 시민 모두가 온갖 노력을 다했다. 이렇게 대전 시민들이 과학벨트 거점지구의 지역 입지를 위해 노력했던 것은 욕심을 부린 것이 아니다. 과학벨트가 대한민국 전체의 신성장동력일 뿐만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에 중요한 수단이었기에 지역 유치를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과학벨트 조성을 대중화 사업인 과학관 등과 비교하며 동종 사업으로 치부하고 '매칭펀드' 운운하는 것은 국책사업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상목 차관이 각각 공식적인 자리에서 과학벨트사업의 방치와 부지매입비 대전시 비용분담을 공공연하게 밝힌 것은 과학벨트의 앞날이 험난하리라는 사실을 예고한다. 사실, 과학벨트 조성사업은 정부가 부지매입비 일부를 대전시에 부담을 요구하며 지금처럼 표류하고 있다. 더는 과학벨트 부지매입비와 관련된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끝내야 한다. 방법은 정부가 애초 계획대로 부지매입비를 전액 부담하는 것이다. 제발 박근혜 대통령과 새 정부가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전액 국고 부담 약속을 지켜주길 당부한다. 그래야만 과학벨트 수난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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