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원]자연을 닮아가고 있는 로봇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윤동원]자연을 닮아가고 있는 로봇

[사이언스 칼럼]윤동원 기계硏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선임연구원

  • 승인 2013-04-17 14:20
  • 신문게재 2013-04-18 21면
  • 윤동원 기계硏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선임연구원윤동원 기계硏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선임연구원
▲ 윤동원 기계硏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선임연구원
▲ 윤동원 기계硏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선임연구원
지금의 어린 세대들이 게임, 인터넷, 스마트폰 등 다양한 첨단 미디어 장치를 접하며 여가를 보내는 것과는 달리, 70년대에서 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청장년 세대들에게는 TV나 만화책 같은 미디어가 그들이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 당시의 TV나 만화책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주제는 로봇이었다. 마징가 제트, 로봇 태권 브이, 아톰 등 국내외에서 제작된 여러 편의 로봇 만화는 아이들에게 재미를 줄뿐만 아니라, 커서 로봇 조종사가 되거나 직접 로봇을 만들어 보겠다는 꿈과 희망을 품게 했다.

이러한 만화나 영화에서의 로봇은 사람 정도의 크기부터 5층 건물 높이까지 그 크기가 다양하고, 앞차기나 텀블링을 하기도 하는데, 사실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그러한 큰 로봇을 만들더라도 움직일 수 있는 동력원이 마땅치 않다. 게다가 그 커다란 질량이 움직이는 데 사용되는 막대한 에너지를 따져보면 그렇게 효율적인 시스템은 아닌 거 같아 현실성이 아직은 부족하다. 하지만, 꿈을 꾸면 언젠가 현실이 되듯이, 인류는 만화 속의 로봇을 현실로 끄집어내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아직 미디어에서 보여 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현실의 로봇은 마치 생물이 진화하듯이 화면 속의 로봇, 동심 속의 로봇을 조금씩 닮아가고 있다.

현재까지의 로봇은 크게 산업용 제조 로봇이나 인간의 형태와 모습을 본뜬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로봇은 오랜 시간의 연구를 통해 상당한 수준의 기술이 개발되고 실용화되었거나 곧 실용화될 예정이다. 하지만, 로봇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기대수준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나날이 증가하는 기대 수준은 더 정교하고, 더 많은 임무를 완수하며, 더 효율적인 운동을 할 수 있는 로봇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요구조건에 부응하고자 최근 들어 자연모사 또는 자연모방 로봇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자연모사 로봇은 자연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의 형태나 운동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설계, 개발하는 로봇을 말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은 수십 만 년의 세월동안 지구의 환경과 물리법칙에 적응해 그 형태와 운동이 진화됐다. 생물의 형태와 운동을 잘 관찰해 그 속에 숨어 있는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다면, 실제 로봇을 설계할 때 인간이 생각하지 못한 기능을 가지고 더 효율적인 로봇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생물의 형태로 로봇을 만들고 자연환경에서 운용하게 되면, 기존의 로봇에 비해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게 되어 군사적으로도 엄밀성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자연모사 로봇에 관한 연구는 우리나라는 최근에야 주목을 받고 있으나, 미국, 중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관심을 두고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과정을 통한 결과물이 최근에 속속 발표되고 있다. 미국의 DARPA의 경우 개의 형상과 운동을 모사한 'Big dog'이라는 로봇을 개발, 수풀이 우거진 산비탈을 오르고, 얼음판 위를 이동할 수 있는 군사용 로봇을 개발하다. 벌새의 형상과 크기, 날갯짓을 모사한 비행로봇도 개발하여 멀리서 보면 새처럼 보이나, 내부에 무선 통신 수단과 카메라를 장착하여 적진을 정찰할 수 있는 로봇도 개발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기존의 스크루 방식에 비해 추진 효율이 우수한 물고기 로봇도 영국과 미국 등에서 개발, 발표됐다. 미국의 스탠퍼드대학은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을 모사하여 벽면을 기어오를 수 있는 게코 로봇을 만들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한, 뱀의 형상과 운동을 모사하여 육지에서 주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무를 기어오를 수도 있고, 물에서 유영 가능한 뱀을 형상화한 로봇도 여러 연구기관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기존의 로봇 연구는 기계, 전기, 전자 등 공학에 대한 연구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자연모사 로봇은 공학뿐만이 아니라 생물학과의 연계가 중요하다. 이는 생물의 장단점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하는 다학제적 학문분야로, 시스템화시키고 실용화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자연모사 로봇 개발에 대해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꾸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자연모사 로봇은 로봇 연구의 영역을 한층 더 넓힐 분야로 주목받을 것이 예상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