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동원 기계硏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선임연구원 |
이러한 만화나 영화에서의 로봇은 사람 정도의 크기부터 5층 건물 높이까지 그 크기가 다양하고, 앞차기나 텀블링을 하기도 하는데, 사실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그러한 큰 로봇을 만들더라도 움직일 수 있는 동력원이 마땅치 않다. 게다가 그 커다란 질량이 움직이는 데 사용되는 막대한 에너지를 따져보면 그렇게 효율적인 시스템은 아닌 거 같아 현실성이 아직은 부족하다. 하지만, 꿈을 꾸면 언젠가 현실이 되듯이, 인류는 만화 속의 로봇을 현실로 끄집어내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아직 미디어에서 보여 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현실의 로봇은 마치 생물이 진화하듯이 화면 속의 로봇, 동심 속의 로봇을 조금씩 닮아가고 있다.
현재까지의 로봇은 크게 산업용 제조 로봇이나 인간의 형태와 모습을 본뜬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로봇은 오랜 시간의 연구를 통해 상당한 수준의 기술이 개발되고 실용화되었거나 곧 실용화될 예정이다. 하지만, 로봇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기대수준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나날이 증가하는 기대 수준은 더 정교하고, 더 많은 임무를 완수하며, 더 효율적인 운동을 할 수 있는 로봇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요구조건에 부응하고자 최근 들어 자연모사 또는 자연모방 로봇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자연모사 로봇은 자연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의 형태나 운동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설계, 개발하는 로봇을 말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은 수십 만 년의 세월동안 지구의 환경과 물리법칙에 적응해 그 형태와 운동이 진화됐다. 생물의 형태와 운동을 잘 관찰해 그 속에 숨어 있는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다면, 실제 로봇을 설계할 때 인간이 생각하지 못한 기능을 가지고 더 효율적인 로봇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생물의 형태로 로봇을 만들고 자연환경에서 운용하게 되면, 기존의 로봇에 비해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게 되어 군사적으로도 엄밀성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자연모사 로봇에 관한 연구는 우리나라는 최근에야 주목을 받고 있으나, 미국, 중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관심을 두고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과정을 통한 결과물이 최근에 속속 발표되고 있다. 미국의 DARPA의 경우 개의 형상과 운동을 모사한 'Big dog'이라는 로봇을 개발, 수풀이 우거진 산비탈을 오르고, 얼음판 위를 이동할 수 있는 군사용 로봇을 개발하다. 벌새의 형상과 크기, 날갯짓을 모사한 비행로봇도 개발하여 멀리서 보면 새처럼 보이나, 내부에 무선 통신 수단과 카메라를 장착하여 적진을 정찰할 수 있는 로봇도 개발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기존의 스크루 방식에 비해 추진 효율이 우수한 물고기 로봇도 영국과 미국 등에서 개발, 발표됐다. 미국의 스탠퍼드대학은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을 모사하여 벽면을 기어오를 수 있는 게코 로봇을 만들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한, 뱀의 형상과 운동을 모사하여 육지에서 주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무를 기어오를 수도 있고, 물에서 유영 가능한 뱀을 형상화한 로봇도 여러 연구기관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기존의 로봇 연구는 기계, 전기, 전자 등 공학에 대한 연구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자연모사 로봇은 공학뿐만이 아니라 생물학과의 연계가 중요하다. 이는 생물의 장단점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하는 다학제적 학문분야로, 시스템화시키고 실용화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자연모사 로봇 개발에 대해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꾸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자연모사 로봇은 로봇 연구의 영역을 한층 더 넓힐 분야로 주목받을 것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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