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의 형태와 연극양식은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다양한 무대예술을 공연하는 장소라는 극장 개념은 20세기에 들어와서 기계문명의 발전에 따른 영화 등장으로 변화를 맞았다. 영화가 처음 태동했을 때는 무대예술을 전문으로 하는 극장에서 상영됐다. 서양에선 영화상영만을 목적으로 한 영화관이 생겨나면서 극장과 영화관은 뚜렷이 구별지어 졌다. 우리나라는 개화기에 처음 극장이 세워졌다. 1950년대까지는 연극·무용·영화 등이 같은 극장무대에서 상연됐다. 무대예술을 전문으로 하는 극장과 영화관이 뚜렷하게 구별돼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에 접어 들면서다.
실내극장 형태를 본격 갖춘 국내 최초의 극장은 1902년에 설립된 협률사(協律社)다. 그후 사설극장이 늘어나면서 극장은 종합 문화공간으로 활용됐다. 한 때 풍미했던 유명가수와 코미디언들의 전국 순회공연도 대부분 극장에서 이뤄졌다. 읍면 단위의 시골에서 극장은 주민들이 영화와 연극 등 종합예술을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문화공간이었다. 국민계몽운동이 활발했던 70년대에는 극장이 없어 영화 볼 기회가 어려웠던 시골 마을에는 야외 임시극장이 등장하곤 했다. 군청이나 문화원에서 영사기와 필름을 갖고 나와 당대 유행했던 영화를 틀어줬다. 달빛속에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보던 야외 임시극장은 중년들에게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과거 극장은 객석이 많은 대극장이었다. 그러다가 영화상영 중심의 소극장으로 개편됐고 전용영화관인 멀티플렉스가 등장했다. 영화는 멀티플렉스가 잠식하고 연극,무용 등은 별도의 문화예술 전용공간이 생겨나면서 과거 극장으로 불렸던 대극장은 운영난 등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영화진흥위원회 조사결과 지난해 말 기준 영화관이 없는 기초자치단체는 109곳으로 나타났다. 전국 230개 시·군·구 가운데 전발에 가까운 47%가 영화관이 없는 셈이다.
대전은 5개 자치구중 대덕구에만 영화관이 없다. 충남은 아산, 계룡, 금산, 서천, 청양, 예산, 태안 9곳에 영화관이 부재다. 충북은 청원, 보은, 옥천, 영동, 증평, 진천, 괴산, 음성, 단양 9곳에선 영화관을 찾아 볼 수 없다. 영화관이 문화의 척도는 다가 아니지만 그래도 자기 지역에서 영화 한편 편안하게 볼 곳 없다는 현실은 해당 주민들에겐 서글픈 일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극장이 없는 지역에 '작은 영화관' 설립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충남도도 이에맞춰 일선 시ㆍ군에 '작은 영화관' 설립을 구상하고 있다. 문화향유를 누리기 어려운 해당 주민들에게 '작은 영화관'이 희소식이 되고 있다.
김덕기·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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