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관망'발언과 함께 주무부처 차관이 부지매입비 대전시 분담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 지역의 반발을 불러 오면서, 민·관·정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소리만 요란했던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치권이 초당적인 대응보다는 정략적인 계산과 소모적인 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과학벨트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방공약을 언급하며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여러가지 갈등 확대를 막아야 하는데 정부가 너무 나서지 않고 조정이 되도록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상황을 잘 판단해 조정을 통해 갈등이 수습되도록 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상목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조성 부지매입비와 관련, 대전시에서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발언, 지역의 우려와 반발을 키웠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논평을 통해 “중앙정부의 사업을 지방정부가 부담한 사례가 없다”며 “과학벨트 사업도 지자체가 응모한 사업이 아닌 만큼 이 차관의 다른 지역 국책사업과의 비교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대전시당은 16일 성명을 내고 “대통령과 주무 차관의 발언에서 과학벨트 사업이 무산될 의도가 엿보인다”고 한발짝 더 나아갔다.
이처럼 지역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보다 실질적으로 지역현안 해결에 앞장서야할 정치권과 자치단체의 움직임은 각개전투의 모양새다. 이미 오래전 부터 지역현안에 초당적으로 공동대처해 나가기 위해 추진됐던 민ㆍ관ㆍ정 협의체는 정치적 이해관계 탓에 사실상 좌초된 상태로, 과학벨트를 비롯한 각종 지역현안에 대한 대응은 요원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지역현안이 상황에 따라 휘둘릴수 있다는 데 있다. 과학벨트 사업 역시, 박근혜 정부의 추진 의지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밖에 없고, 올 하반기에 진행될 내년 본예산 반영여부에 따라 정치권의 소모적인 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벌써부터 야당은 과학벨트 사업을 놓고 여권에 대한 공세를 높이고 있고, 여당은 제2의 세종시 수정논란사태로 이 문제가 확산돼 내년 지방선거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 문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략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지역에서 초당적으로 한목소리로 대응해 나가지 못한다면,세종시 수정 논란과 같은 사태가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