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현 대전 가오초 교장 |
지난 2월까지 근무했던 대전은어송초등학교에서는 무척 힘든 도전을 받았다. 하지만 사랑과 이해로 극복하고 나니 변화와 혁신을 통해 발전하고 성숙하는 학교가 되었고 그 안에서 보람을 느꼈다.
제일 먼저 출근하고 제일 늦게 퇴근하며 학생과의 만남, 교사와의 소통, 학부모와의 교류, 지역 사회와의 협력을 위해 나를 던졌던 4년이었다.
3월, 대전가오초등학교에 부임하면서 교육 목표를 '좋은 것을 넘어 더 좋은 것을 추구하는 대전가오교육의 아름다운 도전'으로 정했다. 좋은 것이란 누구나 좋다고 생각하는 객관적이고, 전형적인 것을 뜻한다. 학생은 바른 습관과 우수한 학습 태도를 지닌 것이고, 교사는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정확한 학습 지도와 생활지도를 하는 것이며, 학부모는 자녀를 바르게 훈육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그렇다면 '더 좋은 것'은 어떤 것인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아닌 꿈을 꾸고 가꾸는 학생,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열정과 꿈을 지닌 교사, 내 자녀만 사랑하는 학부모가 아니라 모든 어린이들을 내 자녀처럼 보듬고 아끼는 학부모가 바로 더 좋은 교육의 더 좋은 주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즈음 학교 현장에서는 학부모가 담임교사는 물론 교장이나 교감에게도 폭언하며 교권을 침해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도 종종 발생한다. 어긋난 소통의 방식과 불신의 벽 앞에서 좌절하고 상처받는 교사들에게 '군사부일체'라거나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라는 말이 위로 보다는 뼈아픈 말이 되고 있다.
필자는 상처 받은 동료들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일이 있다. 둘째 아들이 서울로 대학을 가서 자취를 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살림살이를 갖추었고 그 중 하나로 압력밥솥을 샀다. 그 밥솥을 두 달쯤 사용하다가 고장이 생겼다고 가지고 내려왔다. 필자는 아들의 말만 믿고 구입처에 가지고 가서 환불이나 교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영업사원과 AS기사는 밥솥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필자는 대뜸 우리 아들이 거짓말을 했단 말이냐며 영업사원을 야단쳤다. 영업사원은 필자의 야단을 끝까지 듣더니 시간을 준다면 직접 밥을 해서 밥솥이 고장 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조용히 쌀을 씻기 시작했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자 밥은 아주 맛있게 완성되었다.
필자는 머쓱해져서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영업사원은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며 솥을 깨끗이 닦아 정성스럽게 포장하여 필자에게 주었다. 너무도 창피했다. 미안하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필자에게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이는 영업사원 앞에서 필자의 마음은 무릎 끓고 말았다.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교육자들도 교육 가족에게 만족과 감동을 주어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교육자들의 무한봉사를 요구하고 있으며, 우리교육자들은 그 요구를 수용해야만 하는 시대이다. 학부모가 아무리 경우 없이 굴더라도 끝까지 들어 주고 참아주면서 그 아이들을 사랑으로 교육해야 한다. 우리가 교육공동체 구성원의 요구를 수용하여 무한 봉사하며 학생들을 사랑으로 교육할 때, 학부모와 지역사회는 선생님들에게 만족하고 학교에 감동하게 된다.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될 때 학생을 비롯하여 학부모와 지역사회에서 선생님을 신뢰하게 되고 공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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