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위기는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이 한몫했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외고나 과학고 같은 특목고로 진학하고, 중학교 성적 상위 50% 이상 학생들은 자사고나 자공고를 선택하면서 특목고, 자사·공고, 일반고 순으로 고교가 서열화된 게 현실이다. 특목고는 일반고보다 3개월 일찍 신입생을 선발해 우수 학생 유치가 훨씬 유리한 것도 문제다. 게다가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로 중상위권 학생들이 눈길을 돌리면서 일반고로 진학하는 우수 학생들은 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내년과 내후년 특목고 2곳이 더 늘어난다. 과학영재학교와 동신고를 전환해 설립하는 1과학고가 문을 열 예정이다. 2015년에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국제고가 들어설 계획이어서 특목고 정원은 지금보다 240명이 더 늘어난다. 특목고가 늘어난다면 일반고의 우수 학생 확보는 갈수록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일반고가 겪고 있는 문제는 특목고와의 성적 격차라는 한 가지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자신감을 잃고 교사들도 의욕이 떨어진다. 부정적 또래 집단이 생겨날 가능성도 크다. 교육부가 설립목적과 취지에서 벗어난 특목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검토하고 일반고의 정책적 지원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하지만 이 정도 대책으로 일반고의 추락을 멈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교육과정 진행을 위한 재정 지원을 해줘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가 문제가 되는 것은 교육의 다양성을 교육과정의 다양화가 아니라 학교 유형의 다양화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교육과정을 다양화해 경쟁력을 기르도록 하고 지원한다면 일반고도 회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반고가 우수 학생을 유치하고 학교 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도 대폭 늘려야 한다. 박근혜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은 공교육의 정상화다. 일반고의 경쟁력을 높이는 교육개혁 없이 공교육 정상화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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