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춤까지 올라오는 물속에 뒤집힌 차량에 달려들어 운전자를 어렵게 구조하고 심폐소생술까지 제때 진행해 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차량 전복사고는 지난 8일 낮 12시께 경북 상주시 한 외곽도로에서 발생했다. 앞서가던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커브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가드레일 넘어 3m 아래 하천으로 곤두박질 쳤다. 승용차는 한 바퀴를 굴러 물이 흐르던 하천 바닥에 엎어진채 멈춰섰다.
사고를 목격한 (주)대건이엔엘 이선우(42) 대표와 (주)태흥이엔지 강남규(42) 대표는 차를 세우고 119 신고 후 본능적으로 사고 하천으로 뛰어 내려갔다. 유성 관평동에서 공장자동화설비를 생산하는 (주)태흥이엔지 강 대표는 “경북 문경에 출장 가는 중에 눈앞에서 차가 순식간에 하천으로 굴러 떨어져 운전자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승용차가 뒤집힌 하천은 물이 성인 허리춤까지 차올랐고 차가웠다.
이 대표와 강 대표는 앞뒤 생각할 틈 없이 하천에 뛰어들어 여성 운전자의 생존을 확인하고 차문을 잡아당겼다. 그러나 휘어진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고 건장한 두 남자가 여러 번 힘을 쓴 후에야 틈을 벌려 운전자를 밖으로 구조할 수 있었다.
운전자를 하천 경사면에 앉히고 한숨 돌리던 것도 잠시, 사고 운전자는 곧이어 정신을 잃더니 온몸이 딱딱하게 굳고 숨을 쉬지 않았다.
사고 운전자가 차량에서 빠져나오자마자 호주머니에서 주먹만 한 기계를 꺼내 코에 흡입하던 게 생각났다. 대건이엔엘 이 대표는 몸이 굳고 심정지로 치닫는 급성 천식발작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요청해 몸이 굳은 사고 운전자를 평평한 바닥까지 옮겨 눕히고 이 대표는 곧바로 심폐소생술에 들어갔다. 기도를 확보 후 가슴을 다섯여섯차례 눌러주고 입으로 숨을 넣어주기를 5분여간 쉼 없이 반복했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다시 숨을 불어넣으려고 이 대표가 입을 맞대는 순간 사고 운전자가 이물질을 토해내고 숨을 들이쉬기 시작했다. 두 중소기업인의 긴박한 구조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오정동에서 전기·조명시설을 생산하는 (주)대건이엔엘 이 대표는 “고등학생 때 청소년적십자활동에서 심폐소생술을 익힌 게 도움이 됐다”며 “구조한 운전자가 건강하게 회복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경북 상주경찰서에 확인 결과 이날 사고 당사자는 60세 권 모(여)씨로 권씨는 현재 지역 병원에서 건강을 회복 중이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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