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악 중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은 경찰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지만, 부정·불량식품 단속은 경찰의 영역인지 애매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신임 경찰청장까지 나서서 4대악 척결 문책 발언을 쏟아내 일선 경찰의 불만과 함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성한 경찰청장이 '4대악 척결 성과없는 지휘관은 문책한다'고 발언한 이후 논란이 커지면서 일선 경찰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인지, 먹거리를 단속하는 식품 관련 단속기관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부정·불량식품 단속은 애매하다.
이는 식약처와 농산물품질관리원, 지자체 특사경 등의 업무 영역이다. 다시 말해 식품, 환경 등의 전문분야는 경찰이 수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것도 전문성 결여 때문이다.
한 경찰은 “요즘 4대악 척결은 경찰의 키워드다. 너도나도 4대악이다. 그런데 무슨 기준인지 모르지만 무조건 척결하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또 있다.
부정ㆍ불량식품 단속을 실적 위주로 평가하면 영세업체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대전경찰청이 언론에 배포하는 상당수의 검거 내용도 학교 앞 문방구 등 영세업체를 겨냥한 것이다. 실적 압박 때문에 마구잡이식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한 영세상인은 “돈을 쓸어담는 곳은 내버려두고, 점포 하나 낼 수 없는 노점상 등 없는 사람만 잡고 있다”고 성토했다.
경찰 실적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4대악 단속에 집중하며 경찰의 업무효율성에 대한 문제도 나오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경찰의 기본 업무는 국민의 치안이다. 살인, 강도, 절도 등 서민들을 괴롭히는 범죄에 더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조성수 기자 joseong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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