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얼마나 빠름문화에 갇혀 사는지, 마음의 여유를 잃어가고 있는지, 조급함이 이기심으로 채워가고 있는지…. 다른세상에 들어와서야 우리세상이 보인다.
마트 계산대가 줄이 길거나, 주문한 음식이 뒷사람보다 늦게 나오면 짜증이나고, 치킨을 주문해도 배달시간에 집착한다. 그뿐인가. 퇴근길 재미삼아 하는 게임에서도 점수올리기에 혈안이 된다. 재개발 소식이나 백화점 바겐세일때도 우린 늘 남보다 빨라야 한다. 그래야 공부도, 승진도, 결혼도 뭐든 평균이상이 될 수 있다.
최근 속도 강박증에 반기를 든 사람들이 늘고 있다. '힐링 열풍'은 우리사회가 얼마나 지칠대로 지쳐있는지, 느림을 갈망하고 있는지에 대한 표출일 것이다. 하지만 우린 순간의 치유를 원할 뿐, 내면의 변화에는 주저한다.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오두막', '갈림길'의 저자 윌리엄 폴 영이 최근 방한을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의 힐링열풍에 대해 이렇게 조언한다. “스스로는 치유가 안된다. 내자신도 이성과 감성이 분리됐던때가 있었지만 관계에 의해 조금씩 나아졌다. 혼자든, 친구나 가족과 있든간에 일관성을 유지하는 인격체가 돼야한다. 힐링은 과정이다, 한번 순식간에 일어나는 이벤트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모든게 속전속결인 한국에선 힐링마저 쉽지않아보인다. 치유는 결국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주변의 관계속에서 숨고르기가 돼야한다.
두꺼운 돋보기를 쓰고 손가락을 하나씩 눌러가며 표를 끊어주던 브뤼셀역의 매표소 직원. 표를 잘못 끊었는지 다시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기차를 놓치는 일도 아니었는데 조급함에 몸이 달아오른다. 그런데 내 뒤로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있자니 “너 왜 흥분이야”라고 말하는듯 평온하기 짝이없다.
법정스님은 “자기 차례를 참고 기다릴줄 알아야 그 안에서 시간의 향기를 누릴수 있다”고 했다. 여행에서 만났던 유럽인들의 여유는 아마도 시간의 향기를 제대로 누릴 줄 아는 마음가짐에 있지않았을까. 속도강박증, 우리도 차례를 기다리는 것에서부터 깨보는거다.
연선우·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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