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IT 이야기] 슈퍼컴이 병 찾아주는 시대

[재밌는 IT 이야기] 슈퍼컴이 병 찾아주는 시대

피 한방울로 인간 유전체 분석해 질병예측 슈퍼컴 생명은 SW, 독자개발로 전망밝아

  • 승인 2013-04-15 13:57
  • 신문게재 2013-04-16 13면
  • 권은남 기자권은남 기자
▲ 정길호 ETRI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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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길호 ETRI 홍보팀장
피 한 방울로도 암을 검진하는 기술이 점점 발달해 가고 있다. 이제는 슈퍼컴퓨터를 돌려서 내가 향후 몇 년 안에 어떤 불치병과 암에 걸릴 수 있을지 알아내 주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ETRI는 유전체 분석용 슈퍼컴을 개발했다고 지난주에 밝힌바 있다. 유전체 분석을 위한 슈퍼컴으로는 국내 최초다. 외국에서 개발된 슈퍼컴을 도입해서 사용하는 일색인 국내 현실을 볼 때 큰 의미가 있다.

ETRI가 이번에 개발한 슈퍼컴은 성능이 0.1페타(PetaFlops, 1초에 1천조번 연산)로 세계 500대 슈퍼컴 순위에서 300위권에 해당한다. 물론 세계 최고에 비하면 크게 차이가 나기는 한다. 현재 세계 최고의 슈퍼컴은 미국 오크리지연구소의 '타이탄'이다. 타이탄의 성능은 17.59페타로 ETRI가 개발한 슈퍼컴보다 거의 176배나 빠르다. 하지만, 그리 낙담할 일만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가 순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돈만 투자해 레고블럭과 같이 슈퍼컴을 많이 붙이면 순위는 껑충 뛰기 때문이다. 또한, 맞춤형 의료시대를 견인하는 핵심은 유전체 분석과 질병예측 등으로 소프트웨어 기술이란 것이다. 우리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강하고 이들을 초고속으로 실행할 수 있는 독자기술이 있기에 희망적이다.

사람의 유전체는 약 30억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조각조각으로 나뉘는 시퀀스는 이보다 30배가 많다. 여기서 개인적 특징을 골라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별로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인별 유전형질의 차이를 단일염기다형성(SNP)이라고도 한다. ETRI는 이처럼 개인적 특성을 고려한 유전체 분석에 슈퍼컴 '마하'를 투입했다. 본래 마하란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영어로는 “Great“, 우리말로는 “위대하다”, “뛰어나다”를 의미하는 단어로, 이번에 개발한 슈퍼컴퓨터는 어원 그대로 기존 슈퍼컴퓨터 대비 성능 및 전력 측면에서는 우수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또한 본 연구는 전 세계적 유전체 DB에 한국인의 유전체 DB를 포함시킴으로써 컴퓨팅 분석을 통해 여러 가지 응용도 가능할 것이다. 유전체 DNA 서비스 비용의 80%가 컴퓨팅 비용이라면 향후 의료시장에의 투입에 전망도 밝다. ETRI가 이번에 개발한 슈퍼컴은 100테라플롭스급으로 일반 최신PC(인텔 듀얼코어 CPU, 2.5GHz) 2천500대를 붙여 논 셈이다.

현재 수준으론 12시간 정도 걸리던 기존 DNA분석시간을 6시간 내외로 절반 줄였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DNA검사시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한다는 것은 그만큼 비용절감도 가능하다는 말. 따라서 현재 수백만 원에 이르는 검사비용의 가격절감에도 한몫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사업도 총 5년차중 중간 단계를 막 진행 중이다. 3년 뒤가 되면 훨씬 경쟁력 있고 우수한 결과물 산출이 예상된다.

몇 년 뒤의 병원 풍속도를 상상해 본다. 의사는 환자의 피 한 방울을 채혈, 슈퍼컴을 돌리는 프로세스를 거쳐 진료하면서 본 환자는 어떤 특이성이 있으며 이러이러한 약이 잘 듣고, 유전체와 DNA 소견상 향후 몇년 안에 어떤 질병이 발생할 확률이 몇 퍼센트이고 어떤 암에는 유전적 소질이 발견되니 어떤 음식과 어떤 상황에 조심하라 등의 권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해당 DNA검사는 국민건강검진 목록에도 포함되고 소요비용은 서비스로 대체 될 것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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