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구 큐레이터 |
작품 수는 78점이고 값어치는 우리 돈으로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금액도 금액이려니와 깊은 안목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관심을 가지게 하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외국의 주요 미술관·박물관들은, 그 출발부터 소장품은 물론 건립기금과 운영비에 이르기까지 기부와 기증을 토대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전되던 높은 가치의 유물을 박물관에 기증했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듣기도 한다. 인류의 문화유산과 예술정신의 결정체를 개인이 독점하고 즐기거나 치부의 수단으로 삼지 말고 공공이 함께 향유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정신'의 결과물이다.
한편으로는, 미술품 거래와 관련해서 화상과 기업인이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얼마 전에도 있었다. 미술품을 비자금 등 돈의 음성적인 이동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미술품은 '예술작품'인 동시에 '재화'이기도 한 양면성을 보여주는 서로 다른 두 사례다.
어쨌거나 기증은 미술관이 소장품을 확보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고가의 미술품을 모두 구입을 통해 소장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술관들은 기증의사를 가지고 있거나 가능성이 있는 소장가, 또는 미술가와 유족에게 관심을 넘어 호의를 가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적극적으로 기증을 유도한다. 기증이 이루어져 작품을 전시할 때는 'xxx기증'이라는 표찰을 붙이기도 하고, 그 기증품이 일정 규모와 내용을 지니면 'ooo컬렉션'으로 이름 붙여 따로 관리하기도 한다. 기증자를 알림으로써 그 뜻을 기리고 밝히며, 나아가 더 많은 기증을 유도하는 것이다. 기증은 박물관·미술관을 함께 키우는 공공의 재산이라는 의식을 보여주는 행위라는 점에서, 사회 전반의 문화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미술품을 기증받는 것은 아니다. 기증에 앞서 철저한 조사와 심사가 선행된다. 진위문제부터 예술적·미술사적 가치는 물론, 그 상태, 그리고 미술관 성격에 합당해서 잘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살피는 것이다. 일단 미술관 소장품이 되면, 공공의 재정을 들여 관리하고 유지·보존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증자들도 기증을 원하는 미술관을 따져본다. 과연 나의 소중한 작품을 잘 관리하고 활용할 능력을 가졌는가를 살피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수장고에 사장되어 버리고 말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이다. 결국 기증 받기 원하는 미술관은 시설은 물론 역량도 갖추고 있어야 하고, 그 대상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
쥐꼬리만 한 소장품 구입 예산을 가진 우리나라 공공미술관이, 특히 개관과 더불어 일정 명성이 있는 미술가의 작품을 기증 받는 다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 기증을 둘러싸고 잡음이 생기는 경우를 보게 된다.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거나 애초 약속과는 다르니 돌려달라는 등의 이야기다. 기증을 받는 쪽은 충분한 검토 없이, 기증을 하는 쪽은 온전한 마음 없이 이루어진 기증이기에 생겨나는 씁쓸한 일들이다.
'춘래불사춘'을 실감하는 올 봄, 아직은 자리 잡지 못한 우리의 '미술관 문화'의 한 면을 돌아보게 하는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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