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
가난한 가정의 청년, 노인 및 여성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른바 월 소득 100만 원 대 계층의 현실에 대한 좌절과 분노는 점점 커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한들 저축은커녕 오히려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불현듯 자신의 장래가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들이 사회를 원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1년에 수억 원씩을 벌어들이는 부도덕한 인사들이 보란 듯이 행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사회는 직장생활 시작부터 소득의 차이가 4배 이상 나는 기형적인 임금구조를 가지고 있다. 30년 후 쯤에는 그 차이가 얼마나 더 커질지 가히 가늠해볼 수 있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노동의 유연성 확보라는 미명하에 우리 사회에는 비정규직 제도가 도입되었다. 기업들은 물론이고 공공기관부터 앞장서서 정규직 임금을 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저임금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활용했다. 동일한 노동을 하는 정규직의 임금을 고려한다면, 이것은 비정규직의 임금을 착취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비정규직 인구가 많게는 8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이 가족과 함께 극빈층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면 나라의 불행의 씨앗이 되고도 남는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암담한 현실이 사회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불공평의식을 확대 재생산하는 근원이 되고 있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신뢰를 철회한 자리에 남은 것은 불신과 분노뿐이다.
격변기 속에서도 북유럽의 선진국들은 차분하게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일에 대한 균등한 보상구조 때문이다. 핀란드나 스웨덴의 경우 의사의 평균 연봉이 우리 돈으로 1억 원 내외인데 반하여 벽돌공의 연봉은 6000만 원에 이른다. 무슨 일이든 열심히만 하면 보편적인 존엄을 누릴 수 있는 임금제도로 국가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을 높이고 있다. 불합리한 임금격차와 그로 인한 부의 편중으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사회적 갈등을 지혜롭게 예방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를 혁신하고 개혁하겠다고 외친 대통령이나 정권은 많았지만 지금까지 성공한 예는 없다. 공기업 직원이라도 일의 중요성 면에서 택시 운전기사보다 못하다면 그들의 임금은 당연히 택시운전기사보다 적게 받도록 하는 것이 사회개혁이다. 수십 년간 부귀영화를 다 누린 고위 공무원 퇴직자들이 재취업으로 공무원 시절보다 더 큰 돈을 벌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제도를 아예 싹부터 잘라버리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 될 것이다. 공직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호의호식한 사람들이 퇴직 후에라도 대가 없이 봉사하도록 한다면 사회가 얼마나 밝고 건강해지겠는가?
전관예우나 편법을 동원한 큰 돈벌이가 버젓이 용인되는 사회풍토는 노동시장에서 일부 직종에 대한 심각한 쏠림현상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사람들의 사고방식까지도 왜곡시키고 있다. 땀 흘려 일하기보다는 한탕주의에 빠지거나 남의 것을 갈취할 방법만 찾게 만든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연일 전쟁을 운운하며 광기를 부리고 있는 위기의 시간이다. 어느 때보다도 국민들의 애국심과 응집력이 요구된다. 그 해답은 서민들이 박수칠 수 있는 개혁과 혁신을 해내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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