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드러그스토어 확산세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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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드러그스토어 확산세 심상찮다

  • 승인 2013-04-11 18:51
  • 신문게재 2013-04-12 21면
대형유통매장,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이어 이번엔 드러그스토어(Drugstore)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신종 유통업체인 드러그스토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지역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도 손쓸 방법이 없다는 게 더 문제다.

드러그스토어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과 화장품 등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그러나 식음료와 가공식품까지 취급하면서 약국을 뛰어넘어 뷰티숍에 편의점, 식품점 역할을 하고 있다. 동네 약국이나 화장품점은 직격탄을 맞았고 취급물품을 확대하면서 골목상권의 숨통을 죄고 있다. 지난달 말 동네 슈퍼와 편의점까지 포함해 새로 출범한 유통산업연합회의 상생 의지가 무색하다.

대기업들이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는 이유는 출점에 아무런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규제가 강화되고 편의점도 기존 편의점으로부터 250m에 신규출점이 금지되자 별다른 규제 없이 사업자 등록만 하면 되는 드러그스토어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골목상권을 다시 침해하려는 꼼수나 다를 바 없다.

국내 드러그스토어 매장은 총 512개에 이른다. 시장규모도 2009년 1500억원대에서 지난해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대전에도 CJ올리브 영, GS왓슨스, 코오롱의 더블유스토어 등 12곳이 영업 중이다. 신세계 분스, 농심의 판도라, 어바웃 미 등 기존 업체에 다음달에는 '유통공룡' 롯데도 롭스를 론칭할 계획이어서 대전 골목시장을 노리는 드러그스토어는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전통상권 초토화로도 모자라 형태를 바꿔 골목을 다시 넘보는 대기업의 행태는 볼썽사납다. 이런 식으로 시시콜콜한 중소자본의 영역까지 침해한다면 남아남을 상권이 없을 것이다. 영세상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생존의 차원이다. 골목상권 몰락은 곧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빈곤층 양산으로 귀결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도 지켜야 할 상도와 금도가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책을 서둘러야 할 이유는 명백하다. 드러그스토어의 정체는 대기업 유통업체 매출 확대를 위해 이름만 바꾼 SSM이다. 영업시간이나 입점 제한 등 상생법에 따른 조정 대상에 포함시켜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 규제가 없거나 무용지물이라면 그 이상의 장치를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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