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
우리 사회의 대학과 직장에서는 술을 강요하는 문화가 자주 목격된다.
20살에 맞는 대학 신입생 환영회를 시작으로 약 25년간 음주를 하면서 어느새 같이 술 마시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이 40대 사망률 세계 1위가 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스트레스도 담배도 아닌 술 탓이다. 과다한 음주에 간염과 간암, 간경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전통을 고집하며 술을 억지로 마시도록 강요하는 이들이 있다. 관행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계승해야 할 것은 아니다. 잘못된 음주 문화로 인해 종종 사망자가 발생하고, 장기적으로는 우리 몸 곳곳을 파괴하며 생명을 단축시키기도 한다.
이렇듯, 대학 내 음주문화의 폐해가 심각해지자 최근 대학교 내 주류 반입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효됐다.
이에 올 4월부터는 대학교 캠퍼스 내 주류 판매와 음주가 전면 금지된다.
2011년 고승덕 의원이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안을 골자로 발의한 주류반입금지법에 따르면 대학축제의 가장 큰 문화로 자리 잡은 주점을 설치해 술을 판매하면 앞으로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공강시간에 잔디밭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면 1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술은 사람을 취하게 만들며 기분을 좋게 해 모임이나 친분을 돈독하게 해준다. 하지만, 캠퍼스 내 지나친 음주행위(고성방가 등)로 면학분위기를 저해하는 일도 빈번하다. 축제 기간에는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가 돼 제지하는 법까지 생겨났다.
술은 좋은 면보다 나쁜 면이 좀 더 많은 것 같다. 술을 20~40년 이상 가까이하면 각종 질병이 발생한다. 초기에는 피로감과 소화불량 정도였지만 계속되는 과음에는 지방간과 간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심한 경우 간경화증도 발생한다.
이와 함께 식도나 위장에 궤양이 생겨나고 악화돼 위장출혈이 발생하는 예도 있다. 만성적인 과음은 발기부전이나 불임을 일으키고 면역기능마저 저하되며, 알코올성 치매도 유발한다. 만성 과음자는 일반인보다 암 발생률이 10배나 높다.
여기에 음주 때 담배를 피우면 담배의 발암 물질이 술로 활성화돼 후두암과 구강암 발병률이 20배 이상 증가한다.
필자는 요즘 “시민들이 어떻게 하면 운동을 통해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또한, 체육지도자로서 과음 탓에 건강을 잃어가는 것을 막아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오래전 한 선배가 쥐 실험을 통해 음주 후 저강도 운동이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지방간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표한 적이 있다. 12주 동안 쥐를 대상으로 실험집단(A)과 비교집단(B)으로 나눠 A 집단에게는 술을 먹인 후 특수제작한 러닝머신에서 걷도록 했다. 반면, 비교집단은 음주 후 그냥 숙면하도록 하는 실험이었다.
실험 종료 후 쥐의 간 단면을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해 지방간의 면적을 측정해봤다. 그 결과, 음주 후 30분 정도 걷기만 해도 지방간 해소에 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운동을 시킨 A집단에서는 지방간이 발견되지 않았다.
직장에서 회식을 같이하는데도 날씬한 체형을 지닌 동료가 있다. 이들이 바로 그런 사례에 속하는 이들이다.
만약 오늘 회식이나 모임이 있어 음주를 피할 수 없다면, 귀가 때 가능한 만큼이라도 걷는 게 좋다. 술자리마다 유주무량(唯酒無量, 주량이 많아서 술을 얼마든지 마심)인 사람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장취불성(長醉醒, 술을 늘 마셔서 깨지 않음)이나 호리건곤(壺裏乾坤, 언제나 술 취한 속에 있음)인 사람을 보면 한없는 동정도 하게 된다.
얼마 전 술 잘 마시기로 유명했던 한 연예인이 간경화로 생을 마감한 것을 보며'술에는 장사가 없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모두가 건강하고 즐겁게 오래오래 잘 살길 기원해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