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는 번역서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김원중 교수는 독자를 우선시 하는 가독성을 제 1 순위로 꼽았다. |
중국 고전 번역의 대가인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김 교수는 고전에서 오늘날 사회의 삶을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자백가가 활동하던 중국 춘추전국시대나 위ㆍ촉ㆍ오 삼국시대를 다룬 고전을 보면 결국 인간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인간의 흥망사와 생존사가 역사의 줄기를 이뤄왔음을 고전에서 알 수 있고 이는 곧 생존의 몸부림이었다고 본다”며 “현 시대 노숙자나 하우스 푸어 등 빈곤층의 삶의 모습도 고전과 닮아 있다”고 고전과 현 시대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전에서 문제에 대한 해법과 오늘날 문제를 풀어가는 해법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며 고전에서 현 시대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 교수의 고전에 대한 예찬은 침이 마르지 않았다. 도가(道家)의 시조 격인 노자를 사상을 설명하며 오늘날 삶의 지혜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자는 기존의 가치관과 인간의 가식을 부정한 사상가였는데 아마도 요즘처럼 허식과 거짓된 것을 지양하고 진솔하고 소박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점을 노자가 앞서 깨우쳐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고전과 만난 것은 정해진 운명이었던 것 같다. 한학에 조애가 깊었던 집안 내력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학을 배웠고 고전번역으로 이어졌다.
김 교수는 “조부께서 한학에 관심이 많아 어렸을 때부터 한학을 공부했다”며 “박사과정이 끝날 무렵부터 고전번역을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고 회고했다.
자신만의 고전 번역 스타일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김 교수는 “늘 작업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고전을 읽는 오늘날 독자의 입맛에 맞아야 한다는 것, 즉 가독성을 제일 우선으로 생각한다”며 “고전은 글자와 글자 사이의 결과 깊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서 기존의 번역서보다 독자들이 편안하게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가 날로 각박해지면서 인문학이 재조명 받는 요즘 김 교수처럼 바쁜 사람이 없다.
이곳저곳에서 쇄도하는 특강 요청에 학교 강의를 병행하려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그는 “대기업 사장단, 시ㆍ도교육청 등 여러 곳에서 강의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 데 일일이 가보지 못해 죄송스럽다”며 “특히 인문학이 최고의 주가를 치는 시기와 맞물려 더욱 바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노자 완역본을 출간했는데, 기존의 것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요.
▲원문에 충실한 직역 위주로 작업하면서 제한적인 범위에서 의역을 곁들였습니다. 단 노자는 주로 개인의 사유의 집약체이고 운율이 있는 한편의 시와 같아 이런 어감을 살려 옮겼습니다. 가장 널리 읽히는 통행본에 의거하면서도 한비의 주석을 비롯해 왕필본, 하상공본, 백서본 등 대표적인 판본과 비교 대조를 통해 적절한 자구를 선택했습니다.
-그동안 번역한 고전물을 소개하신다면.
▲개인이 세계 최초로 한 사기완역을 비롯해 정사 삼국지, 당시, 송시, 노자, 논어, 한비자, 정관정요, 명심보감, 손자병법 등 20여 권입니다. 저서로는 한비자의 관계술, 중국문화사, 중국문화의 이해 등 10여 권이 있습니다.
-새벽에 고전 번역 작업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어려운 점과 보람은 무엇입니까.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일어납니다. 또 주말과 방학을 주로 이용해 하고 있는데 고전 작업에서 얻는 카타르시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작업을 일종의 소명의식을 갖고 해 나갈 예정이고 어려움보다는 보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성현들의 지혜는 늘 그렇듯 여러모로 내 인생과 학생들을 지도할 때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번역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시죠.
▲중국의 대표적인 고전을 계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고 현재 구상하고 있는 것을 작업하고 있기는 합니다.
인쇄가 시작되면 공개하는 것을 나름대로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취업률만 강요하다 보니 인문학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고전 문헌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해결방안이 있다면 무엇으로 보시는지요.
▲지금이 오히려 인문학 전성시대가 아닙니까? 요즘처럼 인문학이 대우받았던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기 열전만 보더라도 인간 사회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대립과 갈등, 배반과 충정, 이익과 손실 등 인간이 사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고전 속에서 무수한 인간의 군상을 만나고 그들이 살아간 모습을 통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김원중 교수는 누구?
충북 보은 출생 성균관대 중문과 문학박사 대만 중앙연구원 중국문철연구소 방문학자 대만사범대학 국문연구소 방문교수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 2010 제1회 건양 학술우수연구자상 2011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학계부문) 선정
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
정리=강제일ㆍ사진 영상=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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