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가 있어도 성능이 떨어지고 사각지대가 많아 학교폭력 예방 등 사실상 제구실을 못하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사건이 불거진 A중학교에는 CCTV가 8대 설치돼 있다. 이 학교에 있는 CCTV는 이른바 '고물'로 취급되는 41만 화소급이다. 구닥다리 CCTV이다 보니 이번 사건에서 '감시자'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지난달 B(16)군과 동급생 C군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
하지만, 원거리에서 포착됐고 화면이 희미해 정확히 어떠한 행위가 있었는지 판별이 불가능했다. 이번 사건에서 B군 부모와 학교 측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폭력의 수위도 알아보기 어려웠다. 당사자 2명이 있었던 곳은 사실상 CCTV의 사각지대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해당 학교가 명확한 증거 없이 당사자와 목격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해 징계수위를 결정해 논란을 불러온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학교 CCTV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은 비단 이번뿐만 아니었다.
올 초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북 고교생'은 “CCTV가 있어도 사각지대가 많아 이런 식이라면 학교폭력을 막을 수 없다”라는 유서를 남겨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지난해 말 대전에서 발생한 '차떼기 교과서 도난'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용의자와 용의차량이 CCTV에 찍혔지만, 화질이 나빠 경찰이 사건해결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대전 시내 초·중·고 특수학교 297곳에 설치된 CCTV는 3900대가량인데 90% 이상이 41만 화소로 성능이 떨어진다. 사정이 이렇지만, 올해 시교육청 CCTV 설치 예산은 1억 3000여만 원에 불과, 신형 CCTV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오는 2015년까지 200만 화소급 CCTV를 학교 1곳에 1대씩 설치하는 등 학교폭력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중순께 동아리 활동 과정에서 대전 A중학교 자폐2급 B군과 동급생 C군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져 B군이 C군 뺨을 10대 때렸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이 학교는 B군에게 '서면 사과' 조치를 내렸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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