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말은 변화를 거듭한다. 특정시대나 지역에 따라 끊임없이 다른 모습을 띤다. 오래된 말이 있고 새로운 말이 있다. 사회 변화를 반영하는 말들이 새롭게 만들어 지면서 오래도록 지속되는 말이 있고 사라지거나 사라져가는 말도 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말이 정해져 있는가 하면 세계 사람들이 같이 쓰자고 약속한 말도 있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현상이 적용된다. 서울말이 있고 지방에서 쓰는 사투리가 있다. 서울말과 지방사투리라는 말 그 자체는 사회적인 약속에 불과한 것이다. 말은 서울말이든지 지방사투리든지 말 그 자체일 따름이다.
우리나라는 서울의 현대 중류계급이 사용하는 말을 표준말로 삼고 있다. 표준말은 어느 의미에서 지방사투리가 사라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지방사투리에 젖어있는 사람들이 표준말인 서울말로 교정하는 노력을 하기도 하고 전문교정기관까지 생겼다고 한다. 과연 그것이 우리의 언어 발전과 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불 보듯 뻔하다.
지금이야 교통이 발전하고 도로망이 확충되면서 사투리를 지키고자 해도 자연스럽게 희석되거나 사라질 위기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투리 교정까지 한다면 지방사투리는 더욱더 빨리 사라질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을 다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골 초등학교 고학년 수학여행은 서울이 필수였던 시절이 있었다.
서울에 친척이 있어서 방학 때 친척집에라도 다녀오면 '서울은 어떤 곳인가?'하는 호기심에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여들어 서울에 대한 이야기, 특히 시골 사투리에 비해 독특한 억양으로 서울깍쟁이라고 여겨졌던 서울말을 들어 보려고 애썼다. 서울말 좀 해보라고 성가실 정도로 다그치기도 했다. 어쩌다 서울 억양의 말을 쏟아내면 신기해하면서도 모두가 배꼽을 부여잡고 웃어대곤 하였다. 서울말과 서울이야기에 흠뻑 빠져서 시간가는 줄 모르던 시절이었다.
어떤 친구는 묻지도 않는데 서울갔다왔다고 서울말로 폼 내다가 비아냥을 사기도 하였다. 아무리 표준말, 서울말이라고 해도 푸근하고 정감 있는 지방사투리를 고이 간직해 갔으면 좋겠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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