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현 대전시의원 |
며칠 전 대한문 앞에 설치됐던 쌍용차 노동자 분향소가 강제 철거되고 그곳에 꽃밭이 조성되었다. 이 봄날, 그 꽃밭의 꽃들이 느낄 치욕감이 내게도 밀려온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1명은 최근 1년간 자살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억울한 죽음을 패대기 치고 조롱하는 이런 세상에서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또 다른 죽음도 있다. 올 1월부터 3월까지 사회복지직 공무원 3명이 목숨을 버렸다. 지난달 목숨을 끊은 울산의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날 짓누르는 조직과 질서 앞에 지난 2명의 죽음을 자신들이 약하고 못나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으로 내 진심을 보여주고 싶다”는 유서를 남겼다. 일선 사회복지직 공무원 한명이 150~400개의 사업을 담당하고 보건복지부에서 하달되는 지침서만 1m 높이가 된다고 하니 숨이 막힐만 하다. 과중한 업무만 사회복지사들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사회복지서비스 대상자들로부터 받는 정신적, 신체적 피해도 심각하다.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박미은 교수 등의 '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들의 서비스대상자들에 대한 폭력피해 경험'(2010년) 연구논문에 의하면 조사대상자들의 76.2%가 한가지 이상의 폭력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피해 유형으로는 언어적 괴롭힘이 72.3%, 기물파손 31%, 신체적 공격 29.5%, 성적괴롭힘 15.4%였다. 사회복지사들의 70%이상이 여성임을 감안할 때 이들이 받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가히 자살에 이를만 하다.
사회복지사의 잇단 자살로 복지사들의 불만이 하나 둘 터져 나오기 시작하니 정부와 지자체가 서둘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전시도 사회복지 공무원을 내년 3월까지 98명 추가 배치하고 1개 동에 최소 2명의 사회복지사가 근무하도록 하고 승진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특수업무 수당 인상, 스트레스 등 심리치유 서비스 지원 등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이들 대책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나 그나마 복지직 공무원들은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민간영역의 복지사들은 어찌해야 하나? 박봉에 과중한 업무, 폭력피해에 노출되어 있는 것은 공공영역이나 민간영역이나 다르지 않다.
앞으로 복지정책은 더 늘 것이고 복지수요자의 요구는 더 복잡해 질 것이다. 이 틈바구니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역할과 처우에 대해 더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으로 나눠져 있는 복지전달체계를 통합하거나 효율적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복지서비스센터'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현재 복지직 공무원의 인건비는 지방정부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는데 현재의 지방재정 구조로는 복지수요가 더 필요한 곳에 사회복지사를 확대하기 어렵다. 민간이든 공공이든 사회복지사의 인건비는 국가에서 책임지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복지 현장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대전광역시 사회복지사 처우개선을 위한 조례제정도 서둘러야 한다.
사회복지 노동자 문제는 이렇게라도 시작해 볼 수 있는데 쌍용차 노동자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더 이상 노동자들이 목숨으로 항변하지 않도록 오늘, 안녕하신지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함께 연대하는 것이 내일 나의 목숨도 지키는 길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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