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황태자인 한 기러기 아빠는 가족 대신 애완견에 애정을 쏟으며 산다. 마흔 중반을 넘긴 로커 기러기아빠는 어두운 방에서 번데기로 끼니를 때운다. 홈쇼핑 제품 구매에 집착하면서 외로움을 달래는 노총각 배우도 있다. 화려한 연예인의 모습과는 멀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외친다. “나 혼자 산다. 자~알~.”
그래도 어떻게 외롭지 않을 수 있을까. 문자가 오가다 끊기는 걸 참지 못하고, 갑작스런 번개 모임에 설레는 이들의 모습에서 진한 외로움이 묻어난다. 그러나 무엇보다 보는 이의 가슴을 짠하게 하는 것은 혼자여서 겪어야 하는 일들이다. '가위 눌렸을 때'가 가장 서럽다는 것부터 혼자 파스를 붙이지 못해 애먹었다는 이야기까지,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 가는 일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대한민국 1인 가구는 453만 가구다. 전체 인구의 25%를 돌파했으며 2035년이면 34%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가이유는 다양하다. 청년층은 구직난으로 결혼을 늦추면서 혼자 사는 이들이 많아졌다. 결혼 후 자녀들 교육을 위해 기러기가족이 되면서 1인 가구가 되는 예도 적지 않다. 갈수록 늘어가는 이혼율도 더하고 있다. 황혼이혼이 20년 동안 5배나 증가했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 그나마 이들에겐 '자~알' 산다는 말이 괜한 외침은 아닌 듯해 다행이다. 어쨌든 이들은 현재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통계청의 또 다른 자료인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빈곤율(중위 가구 소득의 50% 이하 비율)은 50.1%로 4인 이상 가구(8.4%)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을 보더라도 2010년 1인 가구의 절대 빈곤층과 차상위층 비중은 45.8%로 다인 가구의 13.6%보다 30%포인트나 높았다. 특히 1인 가구의 44%는 일자리가 없었고 나머지 역시 임시·일용직 및 단순노무직 비율이 높아 고용이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 혼자 산다'를 예능프로그램으로 즐기는 사회가 되도록 '화려하거나 혹은 초라한' 1인 가구의 간극을 메우는 일에도 눈을 돌려야 할 때다.
김은주·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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