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교육감 성향과 타 시ㆍ도에 비해 관련 조례 제정을 위한 진보 진영의 움직임이 미약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시ㆍ도교육청에 따르면 학생, 교사 등 권익신장을 위한 조례 제정이 가장 활발한 곳은 광주시교육청이다.
2011년 학생인권조례와 교권과 교육활동보호 등에 관한 조례가 제정돼 시행 중이고 이듬해 혁신학교조례가 만들어져 이 역시 시행 중이다.
올 들어서는 학교자치조례도 시행됐다.
해당 조례들은 상위법에서 정한 인권, 교권 보호, 구성원의 학교운영 참여 등을 더욱 구체화한 것이다.
이를 위한 세부계획 수립도 명시하고 있다.
경기교육청은 전국 시ㆍ도 교육청 가운데 가장 빠른 2010년에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었다.
교권보호조례는 지난해 도의회에 상정됐으나 계류 중이다.
제주와 인천교육청도 교육활동 보호 및 교권확립과 관련된 조례를 2011~2012년 사이 제정ㆍ시행 중이다. 이처럼 타 시ㆍ도에서 학교 구성원 권익신장을 위한 조례가 쏟아지고 있지만, 대전시교육청은 이와 유사한 조례가 전혀 없다.
이를 두고, 시교육청 내에선 김신호 교육감의 보수적인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한 직원은 “학생인권, 교권보호 조례 등을 만드는 것은 결국 교육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며 현 교육감의 보수적인 성향을 이의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 진보성향인 김상곤, 장휘국 교육감이 있는 경기도와 광주에서 관련 조례 제정이 가장 활발하다.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 하차한 곽노현 서울교육감도 비슷한 조례 제정이 발벗고 나선 적이 있다.
굳이 관련 조례를 제정하지 않아도 상위법에 근거해 교권과 학생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타 시ㆍ도와 달리 진보진영이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던 것도 한 가지 이유다.
대전과 같은 보수성향 교육감이 있는 충북은 지난 2월 수십여 개 시민단체가 학생인권조례를 위해 한목소리를 낸 바 있다. 도교육청 법제심의위원회에서 이 조례가 부결되기는 했지만, 진보진영의 추진력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김영주 전교조 대전지부장은 “시교육청이 성적향상에만 열을 올리고 학생과 교원 인권향상에 관심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대전 진보진영에서 조례 제정 필요성은 인정하면서 이를 촉구할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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