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건 대전시 교육의원 |
학교폭력은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 및 가치관의 변화와 맞물린 복합적인 원인을 지니고 있어서 짧은 기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술 같은 방법은 없다고 본다. 학교 폭력이 집단폭력으로 연결되고 피해자의 자살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교육공동체인 학교, 가정, 사회가 인내심을 가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꾸준하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은 학생과 진솔하게 소통하는 교사의 역할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학교폭력의 피해학생과 소통할 수 있는 교사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학교폭력과 관련된 피해자는 대체적으로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그들에게 관심과 공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그들 자신의 문제를 진솔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생각하는 학생들이 합리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자살을 시도하는 학생들은 사전에 징후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무관심으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또한, 지금 가해자의 입장에 있는 학생들도 학교폭력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 지 그들 스스로 한 일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예를 들면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삶을 포기하려 한다는 걸 먼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그 대신 삶이 힘들고 버겁다는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나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내가 사라지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다”와 같은 말을 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또, 이런 말이나 행동을 접했을 때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그렇게 행동하거나 생각한 이유를 들어야 하며, 화를 내거나 비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충고하는 말투로 훈계하는 것은 듣는 사람이 자괴감에 빠져 더 힘들어할 수 있기 때문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네가 그동안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라며 공감하는 자세다.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경청하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
이와 같이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한 것이 학생과 교사 상호간의 공감과 소통인데,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행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학생들과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려면 학생들이 다가올 수 있는 환경과 따뜻하고 믿을 수 있는 교사상의 정립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들 자신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정작 현장의 교사들은 해마다 새로 도입되는 여러 제도들에 의해 업무가 늘어나면서 학생, 학부모와 여유를 가지고 충분히 대화할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교사와 학생 간에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고, 학생들은 교사가 해결해 주리라는 믿음을 갖지 않게 되며, 학교 폭력 문제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교사의 업무 경감 문제도 시급한 상황이다.
또한, 교사들이 소신껏 교육활동을 전개해 학교폭력을 예방하려면 교권이 강화되어야 한다. 학생 인권이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교사의 권한이 위축됐고, 소수의 자녀를 키우면서 자기 자녀 편만 들거나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 학부모도 늘어나고 있다. 교권은 학생,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교사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환경 측면에서도 확립돼야 한다. 교권은 교사의 권위를 세우자는 것보다도 학생교육을 위해 절실히 필요한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확고한 교권을 바탕으로 소통하는 교사상이 정립돼 학교 폭력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되길 기대하며, 필자도 교육의원으로서 함께 노력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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