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웅순 대전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위 |
이른바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부정ㆍ불량식품'이라 일컫는 '4대 사회악'은 우리 개개인의 가정은 물론 사회전체를 멍들게 하고 나아가서는 국가의 미래마저도 암담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 4대악을 공공의 적으로 보고 뿌리 뽑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4대 폭력 가운데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부서가 '여성 청소년계'이므로 가정 폭력의 문제점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경기도 광주 초월면 지월리는 조선시대 홍길동전 작가 허균의 누이인 허난설헌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외도만을 일삼는 남편의 생활 태도가 끝내 바로 잡히지 않자 두 자식을 먼저 잠들게 하고 자신도 자결을 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무덤을 찾아가면 어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보낸 두 자식의 무덤들을 한쪽팔로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자로 태어난 것을 통탄했던 한 여인의 슬픔, 남자는 바람을 피워도 된다는 가부장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 외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가장일수록 가정폭력을 많이 휘두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일수록 돌발적인 분노 표출방법으로 또는 단기간의 문제해결수단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은 데 스트레스가 높을 때는 35~38%, 중간인 경우 17~18%, 낮은 경우에는 2~8%가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가정폭력의 원인으로 알코올 중독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경제적 생활고를 비관해 술을 마시다 보면 중독이 되고 중독이 되고나면 자신은 물론 가정까지 파괴되는 것이다. 술은 고통을 잠시 잊게 할 뿐 해결책은 못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 외에도 부부간의 탈선행위나 도박 등으로 해서 가정폭력이 발생하는데 가정폭력의 가장 큰 후유증은 가정파괴와 자녀들의 탈선으로 나타나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인 문제로 발전하게 되어 국가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부부간 폭력과 자녀들에 대한 학대는 법률적 보호에서마저 소외당한 폭력가정의 청소년들이 사회를 향해 분노를 폭발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낙숫물은 언제나 제자리에 떨어지게 마련이다. 폭력을 당하면서 자란 청소년들은 부모의 폭력을 그대로 보고 자란다.
부모가 늙었을 때 그 폭력이 어디로 가겠는가?
얼마 전 신문기사에 보면 지난해 제주공항에 버려진 노인들이 960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어찌 내 일이 아니라고 장담할 것인가?
어떤 엄마들은 교사들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자녀들을 행복하게 해 주느냐고 질문들을 한다고 한다. 또한 대전교원시니어 직능클럽에서 대입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모 학생은 투병중인 엄마를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오느라 자주 지각을 한다는 말을 들었다.
행복한 고민들이다. 부모는 자녀의 행복을 위해 걱정하고 자녀는 부모의 건강을 걱정하는 것. 이런 걱정을 하는 가정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행복한 사회이고 밝은 미래가 약속되는 것이다.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는 피해자들은 112나 가까운 지구대나 파출소, 경찰서, 검찰청 등 수사기관으로 전화 또는 직접 찾아가면 된다. 피해자를 보호할 경찰관들은 늘 여러분 가까이에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신고한 사람에 대하여 불이익을 줄 수 없으며 사법 경찰관 또한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할 수 없는 비밀엄수의 의무가 있다는 것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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