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연형 천양원장 |
지난 2월에는 “강 건너 봄이 오듯”을 불렀고 3월 16일에는 김동환 작사, 김규환 작곡의 “산너머 남촌에는”을 불렀다. 이 노래는 봄만 되면 내가 애창하는 가곡이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 길래, 해 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정겨운 봄의 노래다. 봄바람이 불면 얼었던 대지가 풀리고, 죽은 것 같던 새 생명이 기지개를 켠다. 봄은 어딘가 남촌에서 바람 타고 찾아와, 잠들었던 생명들에게 '어서 잠을 깨라'고 나뭇가지와, 땅 위를 스치며 재촉한다. 봄바람은 겨우내 죽었던 생명에게 부활의 소식을 전하는 전령사다. 이 복음을 깨닫지 못하고 잠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영원히 죽은 존재가 된다. 정원사와 농부는 죽은 가지와 죽은 풀포기는 과감히 잘라내고 뽑아내기 때문이다.
우리 시설에도 봄이 찾아 왔다. 겨우내 짓밟고 다녔던 앞마당 보도 블록 사이의 잔디가 녹색의 옷으로 조금씩 조금씩 갈아입기 시작하고 있다. 강인한 생명의 부활이다. 산수유와 개나리는 벌써 노란 꽃이 피었고, 추운 겨울을 이겨낸 풀꽃 중에는 민들레가 노란 꽃을 피워 벌써 씨를 날리는 것도 있다. 그 뿐인가. 어떤 이는 무릎을 꿇고 예절을 갖추고 봐야 한다 하여 '예절꽃'이라 부른다지만 그 이름하고는 얼토당토않게 이름도 민망한 '개불알풀' 이라는 꽃이 양지 바른 밭둑이나 정원석 아래 앙증맞게 어린아이의 맑은 눈동자처럼 자색을 뽐내고 피었다.
무엇보다 봄이 오는 느낌이 확연한 것은 아동들과 청소년들에게서 알 수 있다.
월드컵경기장 주변을 산책하다보면 추운 겨우내 밖에서 노는 일이 거의 없었던 아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나와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 타기를 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우리 원아들도 뒷동산에서 술래잡기도 하고, 농구와 축구를 하면서 땀을 뻘뻘 흘린다. 이렇게 자연계와 아이들로부터 활기찬 모습을 보면서 “아! 이제 정말 봄이 왔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아동과 청소년들이 봄꽃처럼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바르게 성장해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학교부적응으로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들이 작년 말 보도에 의하면 매년 6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충청지역은 5000여 명이 된다 하니 우리 사회의 미래가 걱정된다. 이들 중에는 학교를 떠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출해 각종 비행과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사실이 큰 문제인 것이다.
그들이 가출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가정에서는 부모와의 갈등ㆍ폭행ㆍ간섭이나 학대를, 학교에서는 학습에 흥미를 잃었거나 친구의 폭행과 따돌림, 개인적으로는 답답하고 짜증스러운 마음과 술과 담배를 마음대로 하고 싶어서라고 응답한다. 이러한 가출의 요인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은 지각이나 결석수가 쌓이고, 흡연과 음주가 일상화되면서 모범생과 비교되고 무한경쟁의 스트레스가 증가하게 되어, 왜 공부해야하는가, 왜 살아야하는가 하는 자괴감에 빠져 폭력행사로 비행이 증가되어 결국 학교를 떠나게 되는 것이다.
학업중단, 가출 등 위기에 빠진 청소년들을 돕기 위한 제도로 대안학교나 교육청의 Wee센터, 지역사회 청소년통합지원체계(CYS-Net)등은 대단히 좋은 장치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문제해결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기 위해 대전시교육청에서 시행하는 '학교적응력 배양' 프로그램공모에 프로포절을 제출해 얼마 전 우리 시설이 위탁교육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이 계절에 나는 우리에게 맡겨지는 학생들에게 부활의 전령사, 봄바람을 불어 넣어 그들 속에 잠든 거인을 깨워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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