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규 前 충남서예가협회장 |
과연 그가 '귀를 틀어막았다'고 해서 종을 깨뜨리는 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사람들은 이를 보고 어이없어 하거나 그를 어리석은 자로 치부하기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가 그의 귀를 막은 것이 괜한 짓임은 누구나 알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우습게 여기거나 한심하게 여기는 그 사람들 또한 크게 보면 거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무자기(毋自欺) |
흡연이나 음주로 인하여 자기의 건강을 해치는 상식을 알려주어도 '나만은 병들지 않겠지'하는 이상한 그릇된 생각을 품고 있다.
결국은 사람들은 자기를 속이는 행위에 익숙하면서도 잘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스스로 속이여서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될까? 내 귀를 틀어막고 종을 깨뜨릴 때 내 귀에만 안 들릴 뿐 다른 사람들의 귀에는 번연히 들리고 있지 않을까? 어찌 나만이 해로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리란 확인되지 않은 미망(迷妄)에 매달릴 것인가?
나에게도 그럴지 몰랐다는 때늦은 뉘우침을 갖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필요로 한다. 스스로 속이지 않는 행위를 몸소 실천할 때 건강도 따라서 보장된다. 어찌 일개인의 건강뿐이랴. 나를 비롯해 사회와 국가ㆍ세계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속이지 않는 행위야 말로 상호 관계의 건강성을 담보하게 된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할 때 어찌 남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이 세상에서 최고 어려운 것은 무자기(毋自欺) 행동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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