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시험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의 입장이 갑자기 변한 탓이라는 변명이지만, 항상 예의주시해야 하는 현안업무 파악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시교육청은 3일 오전 임용시험 출제를 담당하고 있는 평가원이 수탁계약 해지를 통보함에 따라 당장 올 하반기 시험부터 차질을 빚게 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보냈다.
이에 따르면 평가원이 초등의 경우 1999년부터 중등은 2001년부터 임용시험 출제·채점 업무를 맡아왔지만, 지난달 말 수탁계약 철회를 통보해 왔다고 시교육청은 주장했다.
또 정관 및 설립 목적에 맞지 않고 국가단위 평가 사업에 지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평가원의 계약 철회 이유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장 올 하반기 치러질 예정인 2014학년 초등 및 중등 임용시험부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썼다.
시·도교육청이 임용시험 관리를 맡게 되면 현행보다 예산이 더 소요되고 교원 차출에 따른 교육현장 차질이 있어 교육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도자료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의견을 모아 작성한 것으로 대전뿐만 아니라 충남 등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동시에 언론에 배포됐다.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이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평가원이 올해까지는 임용시험 출제 등 관리를 하겠다는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대전교육청이 잘 모르고 보도자료를 낸 것으로 2일 교육부와 평가원이 이에 대해 협의를 한 결과 올해 치러지는 2014학년도 시험까지는 우리가 맡기로 했다”며 반박했다.
이어 “교원 임용시험은 평가원 설립 목적에 맞는 사업이 아니고 시기도 수학능력시험과 겹쳐 평가원 업무과중의 문제도 있었다”며 “2015학년도부터 평가원이 계속 맡을지는 지금 거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시교육청이 앞뒤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섣불리 보도자료를 냈다가 망신을 당한 셈이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상황파악이 제대로 안 됐음을 일부 시인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보도자료 발송 이전까지 2014학년도 시험 출제를 평가원이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지만 이후 이를 알게 됐다”며 “하지만, 아직 평가원의 변화된 입장을 공식 공문으로는 전달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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