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도로명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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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기]도로명주소

[청풍명월]김덕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3-04-03 14:39
  • 신문게재 2013-04-04 20면
  • 김덕기 기자김덕기 기자
▲ 김덕기 편집부국장
▲ 김덕기 편집부국장
주소는 실생활에 꼭 필요한 하나의 약속이다. 그동안 사용해 왔던 것은'지번 주소'다. 1910년대 일제 강점기 시절 세금을 걷기 위해 토지를 나누면서 번호를 붙인 '번지수'를 사용한 것이다. 처음에는 하나의 토지 위에 건물이 하나씩 있었지만 그 뒤 건물이 많이 들어서면서 번지수를 계속 추가해야 해 위치를 찾기 힘들게 됐다. 이런 이유로 주소개편 필요성이 제기됐고 '도로명 주소'가 지난 해부터 본격 시행됐다.

도로명 주소는 도로에 이름을 붙이고 주택ㆍ건물에는 도로를 따라 순차적으로 번호를 붙여 도로명과 건물번호에 의해 표기한다. 도로는 폭에 따라 대로(大路:폭 40m, 8차로 이상), 로(路:40~12m, 2~7차로), 길(기타 도로)로 나뉜다.

도로명 주소에는 과학적 원리와 지혜가 담겨있다. 도로번호는 서 → 동, 남 → 북으로 진행되고 20m 간격으로 건축물 순서대로 도로의 왼쪽은 홀수, 오른쪽은 짝수 번호가 부여된다. 큰 도로에서 작은 도로가 갈라진 경우에는 큰 도로명과 함께 숫자를 써서 'XX대로 23길'처럼 명명한다. 이때 도로의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큰 도로의 왼쪽으로 갈라진 도로에는 홀수가, 오른쪽으로 갈라진 도로에는 짝수가 붙는다.

건물번호는 건물의 정문과 만나는 도로를 기준으로 번호를 붙인다. 도로가 시작하는 곳에서 끝나는 곳 방향으로 20m 구간마다 붙여진 기초번호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때 번호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갈수록 올라간다. 동쪽이나 북쪽을 바라볼 때 도로 왼쪽의 건물에는 홀수 번호, 오른쪽 건물에는 짝수 번호가 붙기 때문에 20m마다 숫자가 2씩 올라가는 셈이다. 한 구간 안에 여러 건물이 있다면 두 번째 건물부터는 가지번호가 덧붙는다.

건물번호를 보면 방향도 알 수 있다. 길을 갈 때 오른쪽에 늘어선 건물의 번호가 커지고 있다면 동쪽이나 북쪽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도로명 팻말도 마찬가지다. 막 들어선 도로의 도로명 팻말에 '1→100'처럼 작은 숫자부터 적혀 있다면 동쪽이나 북쪽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100→1'로 게재됐다면 서쪽이나 남쪽을 향하고 있다는 의미다. 도로의 시작 지점부터 건물까지의 거리도 알 수 있다. 건물번호는 20m마다 숫자가 2씩 올라가므로 건물번호가 1씩 커질 때마다 도로 입구에서 약 10m씩 멀어지는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

이처럼 편의성에 기반해 만든 도로명 주소지만 정착이 쉽지 않다. 대전시가 지난 2월 시민 700명 대상 '도로명 주소 사용 인지도 및 활용도 조사' 결과는 도로명 주소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번 조사에서 자신의 집 도로명 주소를 알고 있다는 시민은 28.4%에 불과했다. 도로명 주소로 길을 찾거나 우편물, 택배 등을 보낸 적 있는 사람은 40.7%에 그쳤다.

한 마디로 실생활에서 새 주소 사용이 형편없음을 증명했다. 실제로 택배 발송때 새주소를 쓰더라도 배달원이 인식하지 못해 지번 주소를 다시 확인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조기정착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다.

김덕기·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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