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문 충남고 교장 |
우리 학교의 교내 식당은 좁다. 그러기에 1500여 명의 학생과 100여 명의 교직원이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질서'가 생명이다. 따라서 점심시간만이라도 온전하게 쉬어야 할 그 순간에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수고하는 교사들이 있다. 그 고마움에 또 그 자리를 되도록 함께하고자 한다. 주방 일손과 영양사, 그리고 교사들의 수고를 격려하기도 한다. 물론 학생들의 가장 활기차고 밝은 표정을 볼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교사들은 처음에 등교하는 교문에서도, 점심시간 식당에서도 거듭되는 학교장의 이런 행동에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 오히려 교사들에게 부담을 주어서 불신만 심어주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행동만큼 진실을 말해주는 것은 없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실천하고자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교사들도 서서히 웃음으로 답해주었고, 경영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면서 자연스럽게 친근함을 표현하는 순간들이 되었다. 다시 한번 행동이 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필자의 교직 생활에 행동이 주는 매력은 기대 이상이다. 고민은 때때로 '신중함'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실천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했다. 그래서 그 일을 크게 생각하게 만들고 끝내 도전의 기회를 놓치게 하는 수가 있었다. 반면 '행동'은 신념을 평가받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고, 고민했던 실체가 매우 작은 것이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물론 얻을 수 있는 성과 또한 나쁘지 않았다. 위의 두 사례에서도 비록 작은 일이지만, 주변의 시선만을 고려하여 실천하지 못했다면, 마냥 위에서 바라보는 경영자가 될 뿐, 생활 속에 함께 하는 친근한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언젠가 한 학생이 교장실 문고리에 편지를 꽂아놓고 갔다. '저 OO인데요, 공부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을 것 같아요'로 시작하는 글이다. 비교적 많은 학생의 이름을 알고 대화를 나눈 터라 그 학생이 공부를 잘한다는 것도, 성격이 쾌활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글의 내용은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깊은 흔적들이었다.
물론 이런 고민은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갖고있는 가장 큰 고민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고민을 대하는 방법이 모두 같지는 않다. 고민하기보다 계획을 세우고 하나하나 실천하며 성취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학생들이 있다. 반면에 제대로 실천해 보지도 않고, 자신이 두려워하는 실체가 큰지 작은지도 모른 채 고민을 키워 절대 넘을 수 없는 장벽을 만드는 학생들도 있다.
우리 학생들이 느끼는 대부분의 두려움은 그 실체조차도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 순간 회피하고자 하면 더욱 크게 보이고, 그 실체에 행동으로 직면하고자 하면 그런 의욕을 보이는 순간부터 이미 극복한 것이나 다름없다.
필자는 담임 교사를 통해서 편지를 보낸 학생을 불렀다. 필자가 직접 말로 하면 설교가 될까 봐 '학생이 고민 보다 행동이 주는 매력에 흠뻑 빠졌으면 좋겠다'는 의미의 쪽지 하나를 건네주었다.
“네게 보이는 산은 넘기가 힘든 것이 아니라, 넘을 수 없을 거라는 괜한 두려움에 힘든 거야. 아마 몇 발 디뎌 걸어가다 다시 정상을 보면 왠지 가깝게 느껴질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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