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대덕초 교장으로 재직할 때다.
윤 교육장은 “비가 오는 날이면 현관 근처가 물로 흥건한데 이런 날 실내화를 가져오지 않은 학생이 종종 있었다”며 “실내화가 없으면 흠뻑 젖은 양말과 바지로 온종일 고생해야 하는 데 안타까운 마음에 직접 학생에게 실내화를 일일이 나눠주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학생들이 버릇 나빠진다며 내 행동을 말리는 교사도 간혹 있었지만, 뻔히 보이는 학생들의 고생을 외면할 순 없었다”고 고백했다.
작은 에피소드지만 여기에는 '교육애'라는 그의 교육철학이 숨어 있다. 학생들에 대한 작은 배려와 사랑이 참교육 실천의 시발점이 된다는 것이 윤 교육장의 지론이다.
그는 “지금도 일선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격려해 달라는 당부를 하곤 한다”며 “교육자의 기본은 학생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며 이것이 교육애의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윤 교육장은 어느 아버지 못지않은 '딸 바보'로 유명하다. 일선 학교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중학교 3학년인 딸에게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고 한다.
그는 “딸이 가끔 국가별 행복지수를 거론하며 선진국에서는 초등학교부터 개인별 진로교육을 하는 데 우리나라의 경우 획일적인 공부를 시키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며 “이럴 때면 성적 지상주의가 만연한 학교가 아닌 학생들이 진정으로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놀이시범학교(갈마초), 효시범학교(교촌초), 민주시민예절학교(서부초) 등 올해 처음으로 생긴 이같은 연구학교는 윤 교육장이 딸로부터 얻은 아이디어로 만든 '행복한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의 첫 씨앗이다.
윤 교육장은 또 학교를 지역사회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털어놨다. 그 중심에는 학교 도서관의 폭넓은 활용 계획이 있다.
그는 “자녀와 책을 읽고 싶어도 공공도서관이 멀어 이용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지척에 있는 학교도서관을 저녁 시간까지 또 주말에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어 “조만간 관내 학교 도서관 여건을 분석해 이같은 계획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를 찾겠다”며 “시의회와 공감대를 형성해서 이에 대한 예산을 추경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부교육장 취임 한 달이 됐는 데 구상 중인 서부교육 비전에 대해 밝혀주시죠.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입니다.
때문에 저는 서부교육이 추구하는 목표를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두려 합니다.
학력보다는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겠습니다. 바른 인성 함양을 위해 민주시민 예절교육, 효교육, 나눔과 배려 교육 등에 주력하겠습니다. 건강한 신체를 육성하는 데에도 힘쓰겠습니다. 바른 식습관 형성, 건전한 놀이문화, 규칙적인 운동 등을 통해 비만 예방 등 튼튼한 신체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독서교육도 강화하고 싶습니다.
이같은 점에 중점을 두고 지도하다 보면 학교폭력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단기간 큰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저의 계획에 교육 가족이 협력해 주신다면 점진적인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지역교육지원청은 정책수립보다는 일선학교에 대한 행정지원이 우선입니다. 재임기간 동안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현장 지원 계획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1985년 서산 대산초등학교 졸업식장에서 제자들을 환송하는 윤형수 교육장. 장발 머리가 인상적이다. |
저는 취임식 자리에서 저희 직원들에게 '찾아가는 행정'을 부탁드렸습니다. '찾아가는 행정'이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일선 학교에서 요구하기 전에 문제를 찾아 해결해 주는 행정이 하나이고, 또 다른 한가지는 학교에서 요구가 들어왔을 때 즉시 현장을 찾아 해결해 주는 행정입니다.
교육지원청 직원은 되도록 청 내에 있지 말아야 하며, 학교 관리자는 가급적 학교에 있어야 됩니다. 이는 교육지원청은 문제가 터진 후 수습하기보다는 사전에 문제를 먼저 찾으라는 의미입니다. 학교관리자는 자리를 비우지 말고 교내 문제점을 찾아보라는 뜻입니다.
-처음 교직에 들어서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현재 교직에 몸담고 있는 교사들은 대부분 적성과 본인의 희망에 의해 교직을 선택합니다. 그러나 제가 교직에 첫발을 들이게 된 시절(1971년 교대 입학)에는 대부분이 부모님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저도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 재학시 병역을 해결할 수 있고 졸업 시 발령받을 수 있는 교육대학교 원서를 어머니께서 접수 시켜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첫 발령을 대전으로 받니 몇 년간 조금 방황하기도 했지만, 교직에 들어온 것을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자 또는 청소년들이 교사의 꿈을 키우고 싶다면 이의 실현을 위해 어떤 조언을 해 주시겠습니까?
▲오른쪽은 1978년 초임지인 대전 대동초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지인 예산 삽교천에서 제자들과 기념 사진. |
현재의 교육 현실이 교사들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럴수록 정말 학생들을 미완성의 대상으로 여기고 사랑으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마음부터 길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것을 저는 '교육애'(敎育愛)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교육애'는 조건부가 아닌 무조건적인 사랑입니다.
학생들로부터 무엇인가를 받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주는 사랑입니다. 요즈음처럼 어려운 시기일수록 아무 조건 없이 학생들을 위해 주는 사랑이 없이는 교사가 될 수 없습니다.
-평소의 교육철학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교육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배려에서 시작됩니다. 교육이 지도나 제제 수단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무관심과 방치는 더더욱 안 됩니다. 뛰어나고 잘하는 학생들보다는 조금 부족하고 교사의 손길이 필요한 학생들을 배려하고 격려하고 사랑으로 보살피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취미 활동이나 사회봉사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주시죠.
▲사람은 누구나 취미를 가져야 하고 봉사활동도 해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하고 있네요.
취미로는 수석을 10여 년 했습니다. 수석 속에서 자연의 체취를 느끼며 건강도 도모했는데, 요즈음은 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소품으로 1000여 점의 수석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가족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죠.
▲제 처는 서예를 해서 대전ㆍ충남 초대작가까지 됐습니다. 하지만, 저와 딸을 위해 헌신하다 보니 요즘엔 활동을 제대로 못 하고 있어 미안한 마음입니다. 여러 면에서 제가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제 처는 원리 원칙을 우선하는 스타일입니다. 생활 습관부터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에 대하여 엄격한 면이 있어서 제 생활의 지렛대가 되고 있습니다.
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ㆍ정리=강제일 기자ㆍ사진=손인중 기자
●윤형수 서부교육장은 누구
▲1953년생 ▲학력=공주교육대, 한남대 교육대학원 졸업(교육학 석사) ▲경력=1973년 3월 대전 대동초 교사, 2000년9월~2004년 8월 대전동부교육지원청 장학사, 2004년9월~2005년 8월 산흥초 교감, 2005년 9월~2006년8월 대전교육과학연구원 교육연구관(교육연구부장), 2006년9월~2009년2월 흥도초등학교 교장, 2009년3월~2011년 2월 대덕초등학교 교장, 2011년3월~2013년2월 대전시교육청 교수학습지원과장, ▲포상=근정포장(2012 스승의 날 포상), 양성평등유공 표창(1999, 여성특별위원회) 외 22회 수상 ▲연구실적=전국현장연구대회 1등급(푸른기장) 외 8회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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