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동구 가오동 버스승강장이 주변 상인들이 광고판이 가려진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해 비가림시설을 하지 못해 승객들이 불편함이 예고되고 있다.
김상구 기자 |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해 조성하는 비바람가림용 승강장이 일부 상가의 반대에 부딪혀 설치가 무산되고 있다.
상인들은 승강장 시설에 간판이 가린다거나 상품을 운반하기 불편해져 영업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애꿎은 주민들만 앉을 곳 없는 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1일 찾은 동구 효동네거리 버스정류장은 버스도착 단말기 앞에 서너명의 주민들이 버스가 오기를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승강장이 없어 주민들은 정류장 주변을 배회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머리가 희끗한 노인은 건물 계단에 종이를 깔고 앉아 있었다.
효동네거리정류장은 대전시와 동구가 지난해부터 유개승강장을 설치하려고 예산까지 확보했으나 주변상가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미뤄지는 곳이다.
효동 현장에서 음향기기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좁은 인도에 승강장까지 설치하면 간판도 가리고 상품을 싣고 내리는데 불편할 게 뻔하다”며 “100m 앞에 종점 정류장이 있으니 그곳을 활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상인 역시 “인도의 폭도 좁은데 승강장까지 들어서면 더 복잡해진다”며 “지금있는 정류장도 도움이 안 되는데 승강장까지 설치하면 차 대기만 더 나빠진다”고 푸념했다.
이런 이유로 유리로 된 승강장을 설치하지 못하는 곳이 대전에 20여 곳에 달한다.
문제는 일부 상인 반대에 승강장을 설치하지 못하면, 결국 버스를 이용하는 인근 주민들이 매일 불편을 겪는다는 점이다. 버스를 기다리며 비바람을 피할 수 없고, 노인들은 의자 없이 주꾸려앉거나 불편하게 서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동구 천동주공아파트와 중구 산성초등학교, 서구 도마동 농도원네거리, 유성 궁동정류장 등이 현재까지 상인들의 반대로 승강장을 설치하지 못했으며, 이곳에서 하루 700~1500명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또 버스의 운행노선을 안내하는 그림도 승강장에 설치돼 승강장이 없는 곳에서는 버스환승 노선 등을 찾아볼 수 없는 이중불편을 겪는다.
시 관계자는 “인도에 승강장을 설치할 때 상인들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지만, 주민과 상인 모두 합의한 곳에 우선 설치하고 있다”며 “상가에 영향이 덜 가도록 시설물을 조율하고 있으나 일부 상인들은 끝까지 반대하고 있어 설치를 보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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