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38·대전시 중구)씨는 동생을 만들어달라는 초등생 딸의 성화에 고민 중이다. 딸은 동생이 있는 친구들이 부러운 모양이지만 김씨는 둘째 생각을 하면 막막함부터 앞선다. 아이 키우며 직장 다니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더라면 첫째 아이도 낳지 말 것을, 괜히 낳아놓고 생고생을 한다는 게 지금의 솔직한 심정. 첫째를 키워준 친정어머니도 둘째는 봐줄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라 더욱 부담스럽기만 하다.
저출산 세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출산율이 가장 낮고, 고령화의 진행 속도는 가장 빠른 나라가 됐다. 2011년 기준 지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기간 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대전 1.261명, 충남 1.496명에 그친다.
미혼 여성의 만혼화(결혼을 늦게 하는 추세)와 1인 독신 여성의 증가도 저출산 요인중의 하나인 가운데 대전도 미혼 남녀가 늘고 있다. 대전의 15세 이상 인구 중 여성 미혼은 2005년 27.9%에서 2010년 28.6%로 늘었고, 남성 미혼도 2005년 37.6%에서 2010년 38.3%로 늘었다. 초혼 연령도 늦어져 2008년 대전의 초혼 연령은 남편 31.09세, 아내 28.42세에서 2011년 남편 31.57세에서 아내 29.24세로 늦어졌다. 충남도 2008년 남편 30.91세, 아내 27.6세에서 2011년 남편 31.48세, 아내 28.38세로 늦어졌다.
저출산과 출산 기피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만만찮은 보육과 교육 비용, 직장 여성의 경력 손실까지, 부담이 너무 크다. 반면 아이를 낳고 키워 대(代)를 잇는다는 명분도 퇴색했고, 노후 봉양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사회·제도적으로도 모성 보호와 공공 보육제도가 미흡하다보니 “출산 기피의 복합적 원인에 대한 종합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아이의 미래는 우리의 미래’라는 인식 아래 사회적인 배려도 필요하다. 출산은 개인적인 일이지만 그와 동시에 사회를 위해 새로운 인력을 창출해내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상 육아 휴직 등 모성보호제도를 이용할 때 어려움을 호소하는 여성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회사의 눈치뿐만 아니라 직장동료들에게도 축하받기 힘든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여성계에서는 “회사에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적어도 ‘축하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분위기가 돼야 모성보호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 쉽게 풀리지 않는 숙제가 되고 있다.
대전여성가족정책센터 배지연 초빙연구원은 “저출산 문제는 기혼여성의 육아부담과 1인 독신여성의 증가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 다각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출산기피를 개인의 선택에만 맡겨두기보다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 각종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하며 사회 전체의 유기적 도움과 배려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의화 기자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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