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57ㆍ첫마을)씨는 지난해 7월께 천안에서 세종시로 이주한 후 8개월여째를 맞고 있다.
출범 세종시와 동고동락한 셈으로, 그만큼 주부로서 느끼는 세종시 현주소를 누구보다 깊이 체감하고 있다.
동네 슈퍼와 미용실, 세탁소, 문방구, 정육점, 스마트폰 대리점, 식료품 업소, 은행 등 기초 생활시설 이용에 큰 불편은 없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기초 시설일 뿐,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없다보니, 왕복 40분 거리의 조치원읍 또는 반석동, 유성과 둔산동까지 가야한다.
문화 생활 부문에서는 도서관이라곤 첫마을 한솔동주민센터에 있는 소규모 시설과 단지별 문고 수준 밖에 없어, 독서 문화 욕구 충족에도 한계를 느낀다.
공연관람은 왕복 1시간 이상 소요되는 대전문화의예술전당 및 시립미술관을 찾아야하고, 영화 한편을 보려해도 대전 반석동 또는 공주시로 나가고 있다.
가족 모임장소도 여러 문화생활을 동시에 누리기 어려운 시 외곽에 위치한 탓에 대전에서 공연 등을 관람하면서 음식점 등을 함께 이용한다.
목욕탕과 사우나, 헬스 등 각종 휘트니스 프로그램도 현재 6단지에서만 가동되고 있어, 여전히 유성온천과 반석동 수영장 및 운동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있다.
주민자치프로그램도 수요가 많아 한번 당첨에 실패하면 1년을 기다려야하고, 금강변과 중앙 호수공원으로 자전거 운동을 나가려해도 안전을 뒷받침할 시스템이 없다는 설명이다.
고가의 건물 임대료에 영향받은 미용료 역시 인근보다 비싸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다음달 초 개편을 앞둔 대중교통 이용에서도 단지 내 마을버스가 생긴다지만, 갈아타야하는 번거로움과 긴 배차간격에 따른 대기시간 등을 여전히 피하기 힘들 것이란 의견이다.
그래서 이씨는 대전에 맘먹고 나갈 때 각종 문화생활을 일거에 누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
시간은 둘째치고라도 왔다갔다 유류비를 생각하면, 가정경제에 미치는 손실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8개월째 이곳 생활을 하고 있는데 점점 나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입주한 이후에나 기본 인프라가 갖춰지기 시작한 건 앞뒤가 뒤바뀐 것 같다”며 “국가 정책으로 생긴 계획도시라면 달라야하지않나. 사람들이 더 많이 이사와서 정착할 수있는 여건을 빨리 만들어줘야한다”고 말했다.
민모(41ㆍ첫마을5단지)씨도 “아직도 대전과 세종 사이에서 생활을 절반씩 나눈 느낌”이라며 “이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될 수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이 같은 인프라 부족 문제해결을 위해 중앙 호수공원 완전 개장을 비롯해, 국립세종도서관(10월)과 국립대통령기록관(2014년), 아트센터및 국립세종수목원(2017년) 등의 시설물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민간 부문에서는 내년부터 대형마트 개점 및 백화점 건립 가시화 등을 추진 중이다.
세종=이희택 기자 nature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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